대지진, '골든타임 72시간' 지났다…그래도 기적은 있다

 

5일 지나면 생존자 찾기 힘들어…영하 날씨에 저체온증 우려도
60시간 넘게 버틴 생존자 곳곳서 구조…'책임론' 직면한 에르도안

 

 

 규모 7.8의 강진이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뒤흔든 지 72시간이 지났다.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구할 골든타임인 72시간을 넘어서며 희생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장시간 버틴 이들이 속속 구조되며 마냥 낙담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지난 6일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4분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한국시간으로 9일 10시40분. 지진이 발생한 지 73시간을 향해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망자는 튀르키예에서는 1만2391명, 시리아에서는 1932명 등 총 1만5383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며 사망자 규모가 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튀르키예의 구조대는 군·경찰, 소방, 자원봉사단 등을 합쳐 9만6600명 규모다. 해외 각국에서도 5300여 명을 파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20여개 회원국을 동원해 1400명 이상의 긴급 대응 인력을 지원했다.

이날 가지안테프에서는 합동 장례식이 치러지기도 했다. 생존자들은 한 번에 열 개의 관이 줄지어 묻히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담긴 녹색 금속 관이 한 번에 10개씩 연이어 들어왔고, 이맘(이슬람교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성직자)은 이들이 묻히기 전 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무너지는 건물에서 함께 탈출한 딸이 장기 부상으로 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하거나, 아내·남편·시부모가 한꺼번에 숨진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골든타임 72시간…5일 지나면 생존자 찾기 힘들어

전 세계가 힘을 모아 생존자를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골든타임을 넘기며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커지고만 있다.

통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은 초반 72시간이다. 생리학적으로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인간이 물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최장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장기간 잔해에 깔려있을 경우 압좌증후군(Crush Syndrome)이 우려되므로 신속한 구조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2010년 아이티 지진 때 장시간 건물 잔해에 눌려있던 이들이 오히려 구조된 후 숨진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이때문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튀르키에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 구조 작업을 두고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분, 매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시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응급 및 재난 의학 전문가 재론 리 박사는 "일반적으로 5~7일 이후에 생존자를 찾는 것은 드물다"며 "7일이 지나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매우 드물고 예외적인 경우"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부상자의 경우 상황은 더 비관적이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파인버그 의과대학의 응급전문가인 조지 치암파스 박사는 "압사 부상과 사지 절단을 포함한 외상성 부상을 입은 이들이 가장 중요한 생존 기간에 직면해 있다"며 "이들의 경우 골든아워는 한 시간인데, 이 안에 꺼내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우려했다.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 9일 가지안테프의 최저 기온은 영하 4도까지 떨어진다. 튀르키예 기상청은 오는 14일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적' 일어날까…60시간 넘게 버틴 생존자 곳곳서 구조

다만 일괄적인 골든타임이 아닌 연령, 신체, 정신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응급 의학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콜웰 박사는 "우리는 기적 같이 생존한 사람을 많이 본다"며 "대부분 이들은 젊은 사람들이고, 잔해에서 주머니를 찾거나 공기와 물 같은 요소에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에서 10대와 80세 할머니가 집에 깔린 지 9일 만에 구조됐으며, 2010년 아이티 대지진에서도 16세 소녀가 15일 만에 지진 잔해에서 산 채로 발견됐다.

옆에 다른 생존자가 있는지 여부와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희망 등 정신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치암파스 박사는 "살아 있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의지하며 계속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무너진 건물 속에서 60시간 이상을 버틴 생존자들이 잇달아 발견되며 실낱같은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파타 데미르(25)와 그의 여동생 메르베는 가지안테프의 한 무너진 건물 아래에서 아래에서 62시간을 보낸 후 구조됐다. 

카흐라만마라슈에서도 장시간 버틴 생존자가 발견됐다. 22세의 메흐메트는 물과 음식 없이 영하의 온도에서 건물 잔해에 깔린 채 발견됐다.

메흐메트의 어머니와 누나들은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울면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메흐메트의 사촌 에민은 "우리가 모든 희망을 잃던 차에 그가 발견됐다"며 "나는 그를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편 튀르키예 당국은 초기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직면한 상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초기 대응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정부가 징수하는 '지진세'가 가장 큰 화두로 올랐다. 튀르키예는 그간 지진세로만 총 880억 리라(약 5조9000억원)을 걷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만 93억 리라(약 6237억원)를 추징했는데, 대중들은 이 세금이 내진 설계와 같은 지진 대비에 사용됐는지 불분명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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