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 기구' 논란, 미국에 힘 실어준 한국 정부… 중국 반발 부를 수도

'진실 공방' 와중에 외교부 "미국 우려 이해… 중국이 설명해야"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정찰 기구(풍선)' 갈등과 관련,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며 사실상 미국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타국의 영토주권 침해는 국제법상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 기본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자국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며 "중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제사회에 투명한 방식으로 충분히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미 정부는 지난달 28일 알래스카주 상공을 통해 자국 영공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기구'를 포착했다. 이후 미국 측은 해당 기구가 이달 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동부 연안 상공을 지나 대서양으로 빠져나갈 때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했다.

중국 당국은 해당 기구가 민간의 기상관측 장비였다며 미국의 대응이 "과도했다"고 항의했으나, 미국 측은 해당 기구가 군사시설 등에 대한 정찰 용도였다는 판단을 유지 중이다.

미군 당국은 현재 격추한 중국 기구 잔해를 수거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측은 이번 중국 '정찰 기구' 사건을 이유로 당초 5~6일로 계획했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블링컨 장관과의 한미외교장관회담 뒤 공동 회견에서 "난 중국이 이번 일에 대해 신속하고 매우 진지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블링컨 장관의 방중 취소를 "충분히 이해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중국 기구의 실체를 두고 미중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미국의 손을 들어준 건 성급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역내 미국의 다른 주요 동맹국인 일본은 "일본의 허가 없이 영공에 침범하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소자키 요시히코(磯崎仁彦) 관방 부장관)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평가'는 자제했다.

한일관계 소식통은 "일본 정부는 현재 상황을 분석 중이며 미국과 정보 공유를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관련 입장 발표가 중국 측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한중 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올 들어 자국발(發) 입국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조치에 반발,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단기 비자 발급 중단 등 '보복'에 나선 상태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향후 '정찰 기구'가 실제 군사 목적인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우리나라는 한 발 늦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미국의 동맹국 중)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할 정도면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해야 할 외교적 선택"이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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