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사망자수 3700명…악천후에 여진으로 인명 피해 늘어날 듯

진원 얕은 데다 시리아 내전으로 건물 노후화…새벽이라 대피 어려워

국제사회 지원 물결 이어져…튀르키예, 7일간 국가 애도 기간 선포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규모 7.8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3700명을 넘어서며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과 열악한 현지 사정 등으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리아 국경과 인접한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와 중남부 카흐라만마라슈 지역에서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17분(한국시간 오전 10시17분)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현지시간으로 오후 1시24분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 북북동쪽 59km 지점에서 규모 7.5의 여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km다.

 

◇튀르키예·시리아 사망자수 3500명 넘어…구조 작업 난항

튀르키예 재난비상관리청(AFAD) 등에 따르면 오전 4시17분 초진 이후 튀르키예에서 최소 2316명이 숨졌으며, 로이터·AFP통신은 시리아에서 최소 144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튀르키예에서는 1만2000명 이상이 다쳤고, 시리아에서도 3400여 명이 부상당했다. 지금까지 총 5606채의 건물이 무너졌다.

구조대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맨손으로 땅을 파냈고, 주민들은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아야 했다.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스에 거주하는 멜리사 살만(23)은 AFP에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것이 종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리아 출신인 오메르 엘 쿠네이드(20)도 "잔해 아래에 내 가족이 있다"며 "친구들도 오전까지 전화를 받다가 이제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AFP에 전했다.

시리아 국립지진센터의 라에드 아흐메드 센터장은 "센터 역사상 가장 큰 지진"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상황은 그야말로 아포칼립스다. 생존자인 오사마 압델 하미드는 "벽이 우리 위로 무너졌지만, 아들과 함께 빠져나왔다"며 "아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생존자가 있다는 걸 안 사람들이 주위에 모여들며 그를 끌어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추운 탓에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진앙 주변의 한낮 최고 기온은 3~4도다. 기온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7일 아침까지 영하를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는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고, 지진으로 인근 세 주요 공항이 멈춰서며 구호물품 전달도 어려워졌다.

 

◇진원 얕은 데다 시리아 내전으로 건물 노후화…새벽이라 대피도 어려워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는 진원까지 깊이가 18㎞로 얕은 편이라는 점, 이 지역에서 근 200년간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아 에너지가 축적됐다는 점, 10년 넘게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으로 대다수 건물이 노후된 점, 새벽에 발생해 대피가 어려웠던 점 등이 꼽힌다.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지진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지역 중 하나다. 아나톨리아 지각판, 유라시아 판, 아라비아판, 아프리카 판이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은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며 아나톨리아 판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은 동아나톨리아 단층에 있는데, 동아나톨리아 단층은 대표적인 주향이동단층(스트라이크-슬립 단층)이다. 주향이동단층은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단층으로, 같은 규모의 지진이더라도 단층이 수직으로 이동하는 역단층·정단층일 경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

이번 지진은 지진 규모와 진원 깊이가 비슷했던 2015년 네팔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인명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데 힘이 실린다. 당시 네팔에서는 규모 7.8에 진원 깊이 11㎞의 지진이 발생해 약 9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내진 설계가 마땅하지 않았다는 점도 대규모 인명 피해의 배경으로 지목됐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의 화산학자 카르멘 솔라나는 "안타깝게도 남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는 내진 기반 시설이 고르지 못하다"고 BBC에 말했다.

튀르키예와 접경 지역인 시리아 북부에는 내전을 피해 이주해온 난민이 머물고 있다. 건물들이 낡은 데다 지진 발생 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여진이 계속되며 인명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캐서린 스몰우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 비상사태 담당관은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어 인명 피해가 초기 수치보다 8배 증가하는 것을 자주 본다"며 "다음 주 사망자, 부상자가 초기 보고보다 상당히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AFP에 전했다.

 

◇국제사회 지원 물결 이어져…튀르키예, 7일간 국가 애도 기간 선포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이번 지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연방정부에 이번 지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을 돕기 위한 대응처를 모색하도록 지시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지원 의사를 표했다. 네덜란드와 루마니아에서는 이미 지원 팀을 파견했으며, 러시아도 시리아에 배치된 300명의 군인이 지진 잔해를 치우는 데 도움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와 에게해를 두고 다퉈온 그리스, 시리아와 사실상 전쟁 상태인 이스라엘도 원조에 힘을 실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7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한다"며 "2023년 2월12일 일요일 일몰까지 우리의 모든 국내외 대표 사무소에 국기가 게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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