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이경자] 어머니

이경자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전 회장)

 

어머니


이른 봄 안방 선반에

누에는 가족의 일원 이었다

뽕잎 갉아 먹는 소리는

가랑비 나뭇잎에 연주하는 자장가인 듯


온몸으로 비단실 뽑아서

씨줄 날줄 오고 가는 베 짜는 판소리에

꿈나무 튼실한 뼈가 자랐네


당신은 피 한 방울 남김없이

박제되어 미라로 잠드셨네


<해설>

겨울이 깊어가니 춥다. 추운 날은 따뜻한 사람의 온기가 그립다. 가장 따뜻한 사람의 온기는 어머니의 온기일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도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의 온기를 그리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비단실을 뽑아내는 누에의 이미지로 투영되고 동시에 베 짜는 사람으로 그려저 있다. 시인의 어머니는 밤새 베를 짜 팔아 시인을 성장시키고 학교를 보냈다. 주목되는 점은 시인의 어머니는 누에가 비단실을 뽑어내듯 피 한 방울 남김없이

희생하여 박제된 미라가 된 살신적 사랑의 표상으로 형상화 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희생적 사랑을 시현한 어머니와 동일한 시인의 자아실현의 이상이 시적 모티프로 구축되어 숭고한 문학정신을 발현함으로써 높게 평가되는 바이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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