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22, 中 '정찰 풍선' 격추…中 "국제 협약 위반" 발끈

바이든 "격추 성공한 조종사들 칭찬하고 싶다"

첩보활동보다는 미국 대응 보려는 목적일 가능성 커

 

미국 당국이 4일(현지시간)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중국의 '정찰 기구'를 해안 영공에서 격추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매체에 따르면 미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해안 영공에서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을 격추했다.

국방부 고위 관리는 언론 브리핑에서 버지니아주 남동부의 랭글리-유스티스 합동기지에서 출격한 F-22 전투기가 이날 오후 2시39분(한국시간 5일 오전 4시39분) 약 6만~6만5000피트(약 18~20km) 고도에서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해 비행체를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매사추세츠주의 주 방위군 F-15 전투기를 비롯해 여러 주에서 온 공중급유기 등 항공기가 함께 작전에 투입됐다.

이 관계자는 해안 경비대와 해군 함정들이 비행체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아래에서 대기했으며, 47피트(약 14m)의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에 떨어졌기 때문에 복구가 쉬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방부는 며칠 안에 해군 구조선이 도착할 것이고,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탑승해 풍선의 잔해 등을 최대한 수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인 생명에 과도한 위험을 주지 않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조처를 즉시 취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그들은 그것(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며 "나는 그것을 해낸 우리 비행사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항공청(FAA)은 정찰 풍선을 격추하기 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비치, 찰스턴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에 대해 이착륙을 금지했다.

격추 장면을 찍은 영상에는 풍선이 조각 조각 떨어진 뒤 흰색 깃털 같은 잔해로 남는 모습이 담겼다. 

머틀비치의 건너편에 거주하는 샐리 하워드(79)는 "오후 2시에 집 위 하늘 높이 떠 있는 풍선을 발견했다"며 "해변에는 이례적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해안 인근에 거주하는 마리 엘리스도 "두 번째 제트기가 지나간 후 무언가 터지는 것을 봤다"며 "풍선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것이 격추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국의 정찰 풍선은 지난달 28일 알래스카주 영공에 진입한 뒤 30일 캐나다 영공으로 갔다가 31일 다시 미국 아이다호주로 넘어왔다. 이후 지난 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지하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에서 머물렀다. 당시 미 행정부는 격추를 고려했지만, 지상에 있는 국민들의 안전을 우려해 격추를 보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매릴랜드주 헤이거즈타운 공항에 도착해 취재진을 만나 "중국의 정찰 풍선이 성공적으로 격추됐다"면서 "이 일을 수행한 우리 조종사들의 노고를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중 갈등 골 깊어져…中 "미국 무력 사용, 국제 협약 위반"

최근 미국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 통제 등으로 대립각을 세워온 양국은 이번 사건으로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두 명의 미 행정부 관계자는 WP에 "풍선은 수년 동안 실행되어 온 광범위한 중국 군사 감시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언급했다.

중국 측에서는 기상 관측용 민간 발사체라고 주장했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5~6일로 예정된 중국을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게다가 중국은 이날 미국 당국이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한 데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제기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무력 사용을 고집한 것은 국제 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명백히 과도한 반응"이라면서 "중국은 관련 기업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단호하게 옹호할 것이며 그리고 추가 대응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첩보활동보다는 미국 대응 보려는 목적일 가능성 커

이번 정찰 풍선은 정보 수집 등 첩보활동보다는 미국의 동향을 살피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중국 프로그램 선임 고문인 딘 쳉은 "이것은 군사적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테스트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공화·사우스다코타)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설계된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대응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설계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풍선을 회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벤저민 호 코디네이터 역시 BBC에 "미국의 정보를 빼내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다"며 "풍선을 통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도 풍선 스타트업 어반 스카이의 공동 차업자 앤드류 안토니오는 "고고도 풍선의 장거리 이동에 필요한 바람의 흐름은 겨울에 가장 좋지 않다"며 "특정 군사 기지를 구체적으로 목표로 삼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풍선이 미국 영공에 온 것은 실패한 실험의 결과이거나 자체 종료 시스템의 오류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중국 측의 정찰 활동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의 한 관리는 CNN에 "최근 몇 년 동안 하와이와 괌에서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리도 "이러한 활동은 이전 행정부를 포함해 몇 년 동안 관찰됐다"고 전했다.

다만 풍선이 정보 수집을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풍선은 냉전 초기 첩보활동에 활발하게 사용되다가 위성 등에 밀려났다. 호주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전직 공군 장교인 피터 레이튼은 "풍선은 위성보다 더 작고 가볍고 저렴하며 발사하기 쉽다"며 풍선이 첩보활동에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장 마이크 로저스 하원의원(공화·앨라배마)은 "백악관은 왜 중국 첩보 기구가 영공을 통과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는지, 이번 결정으로 우리 국가 안보에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답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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