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생활-김 준 장로] 인간성이 병들때
- 23-01-30
김 준 장로(종교 칼럼니스트)
인간성이 병들때
B교수는 대학의 교수이면서 시인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술을 즐겨 마시다보니 이제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가도 슬그머니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술병을 꺼내들고 한쪽 구석에서 마시곤 했는데, 학생들이 웃으면서 “교수님, 강의 시간에 약주를 드십니까?”라고 말하면 “너희들에게 더 좋은 강의를 해주기 위해 마시는거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몸에 해롭다는 술을 그렇게 좋아하던 B교수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니 예상대로 술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인데 앞으로 절대 금지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단호한 금지 처방을 내렸습니다.
그 후로 B교수는 그렇게 마시고 싶은 술을 참고 지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독에 가까운 음주 습관을 하루 아침에 끊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금주에 도움이 되는 분위기와 음식으로 B교수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술없는 가정, 술없는 사회생활이 B교수에게는 정신적인 감금생활과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약 1주일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후 늦게 외출을 한 B교수가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질 않았습니다. 전화도 걸려오지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모두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1시가 지나 자정이 가까왔는데 대문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이게 웬일입니까. B교수가 만취한 상태로 비틀거리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서둘러 B교수를 부축하여 방으로 모시면서 말했습니다.
“아버지, 약주를 드시면 안된다는데, 이렇게 많이 마시면 어떻게 해요.”
그러자 B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마시고 사느니 마시고 죽을란다.”
그는 허무주의자요 비관론자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전부 인생을 어둡게 보고 허무하게 보고 비극으로만 보는 글들이었습니다. 그의 알코올 중독도 그러한 인생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인 방법으로 금주를 강요하기 보다는 그에게서 허무주의라고 하는 병부터 제거시키지 않고는 치유가 어려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계실때 많은 환자들의 질병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 계신다면 아마 육신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그 질병의 종류에 따라 각기 적정한 전문의에게로 보내실런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에게 치유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2,000년 전과는 달리 그동안 우리에게 질병을 치유시킬 의약개발의 지혜를 주셔서 예수님이 하시던 치유사역을 인간이 감당하도록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험한 사상이나 그릇된 가치관, 잘못된 인생관, 허무주의 쾌락주의, 고독, 절망 등은 육신이나 정신의 병이 아니라 인간성이 병들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병원이나 의사보다는 종교적 신앙을 통해서 근원적인 치유를 받도록 인도하실 것입니다.
인간성이 병들게 되면 육체도 정신도 함께 허약해지고 병들게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먼저 그 인간성이 건전하지 않다면 의술이나 복지정책이나 의료보험 같은 것만으로는 질병으로부터 오는 인간의 불행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육신의 쾌락만을 좇는 생활 습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에이즈를 비롯한 모든 성적 질병에서 헤어날 수 없고 인생을 무한히 즐기고자 향락을 제1의 목적으로 사는 인생관을 고치지 않는 한 인체에 해로운 그 어떠한 기호품의 유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올바른 인생의 목적과 건전한 가치관을 확고히 하여 인간성을 건강하게 살려감으로써 허무, 염세, 절망, 불안, 공포 등 모든 인간성의 바이러스부터 벗어나게 될 때 육체와 정신까지도 건강하게 균형을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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