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獨, 우크라 탱크 지원 '결단'…젤렌스키 "전투기·장거리미사일도 기대"

독일, 레오파르트2 14대 지원·제3국 재수출 허용…나토서 총 88대 갈 듯
미국은 에이브럼스 31대 제공 결정…영국도 챌린저2 14대 공여

 

25일(현지시간) 독일과 미국 정부가 장고 끝에 주력 탱크 지원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영국 정부도 앞서 독일의 결단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자국 탱크 지원을 결정했다.


서방의 첨단 공격용 탱크 지원은 1년째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각국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실제 도입 물량과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서방의 전투기와 장거리미사일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저하던 美·獨, 공격용 탱크 지원 마침내 결단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저지하고 방어할 지속적 능력이 필요하다"며 주력 탱크 M1 에이브럼스 31대 지원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한 운용 훈련도 시작하고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미국의 탱크 지원 발표는 조금 앞서 독일 정부가 자국 주력 탱크 레오파르트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제3국의 재수출도 허용한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이뤄진 것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레오파르트 외에도 방공무기와 중포, 방사포 등 전달 품목을 계속 확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M1 에이브럼스나 독일의 레오파르트2는 우크라이나 전세를 뒤집을 수도 있는 첨단 공격용 무기장비로 꼽힌다. 우크라이나가 그간 의존해온 소련제 전차 T-72와는 질적으로 달라 기갑군의 핵심을 형성,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독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장에 공격용 첨단 탱크를 보내는 결정을 서로 미루며 주저해왔다. 결국 지난 주말 주독 미군 시설인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열린 나토 등 50개국 국방장관 회의를 거치며 공동 지원으로 협상이 타결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과 화상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책을 논의했다.

그는 "러시아 측은 미국과 유럽 동맹들이 갈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우리는 완전히, 전적으로, 철저히 단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사의…"중요한 건 수량과 시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강력한 결정에 감사한다"며 "이것은 승리의 길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라고 적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생일을 맞아 영국 스카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매우 기쁘다"며 "이 결정을 내린 독일, 영국, 미국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준 전 세계에 너무나 감사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탱크 수와 우크라이나로 배송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탱크 100대 정도를 공급받을 경우 그 효과는 '상당'할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은 독일의 결정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먼저 자국 탱크 챌린저2 14대 공여를 결정했다.

폴란드는 이미 자국이 보유한 레오파르트 지원을 결정하고 독일 정부에 재수출 허용을 요청한 상태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페인도 레오파르트 제공 의사를 밝힌 만큼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을 '수량'은 적잖아 보인다. AP통신은 나토 국가가 보낼 레오파르트2 전체 수량이 88대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실전 배치 '시기'와 관련해선 다소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 훈련 기간도 필요한 데다, 미국 에이브럼스의 경우 특수연료를 사용해 운용이 까다롭고 러시아 정보망을 피해 안전하게 전선으로 옮기기도 쉽지 않아 실제 전방투입에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독일의 탱크 지원 결정 공식 발표 뒤 비디오 연설을 통해 "서방의 장거리미사일과 전투기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포병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꿈이자 과제"라고 강조했다.





◇러 반발…"나치 잊었나"

러시아는 이날 나치까지 거론하며 비판에 열을 올렸다. 2차 대전 시기 독일이 전범국으로 소련을 침공했던 과거사를 꺼내든 것이다.

세르게이 네차예프 독일 주재 러시아 대사는 성명을 통해 "이는 상호 신뢰를 파괴하고 개탄스러운 러시아-독일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으며, 이 관계가 가까운 미래에 정상화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의 선택은 나치의 끔찍하고 영원한 범죄와 관련해 우리 국민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기를 거부한 것"이라며 "독일은 독일과 러시아 사이 전후 화해의 길이 어렵다는 점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지도부의 승인으로 독일 국기가 달린 전투 탱크가 다시 동부 전선으로 보내질 것"이라며 "이는 필연적으로 러시아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독일에서는 이번 전차 지원이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동시에 이것이 러시아와 나토의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아아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군을 위한 서방의 군비 증강이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비쳐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땅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것을 돕는 것이지, 러시아에 대한 공격적 위협은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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