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노트] 아스피린의 또 다른 효능?…골절 합병증 막는다
- 23-01-23
미 연구팀, 골절환자 혈전 예방 연구…아스피린과 기존 혈전희석제 '헤파린' 주사 효과 비슷
연구팀 "골절 치료표준법 바꿀지도"…전문가 "아직 표준치료 삼기에는 근거 부족"
각종 암의 예방 효과까지 갖고 있는 해열·진통제 아스피린이 이번에는 골절환자의 합병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액희석제 주사만큼 혈전을 예방하는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연구팀은 앞으로 골절환자를 치료하는 표준치료법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아스피린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골절환자에 사용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다.
23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의과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처방전 없이 저렴하기 살 수 있는 아스피린이 골절환자 혈전 생성을 예방하기 위해 주사하는 혈액희석제 헤파린과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18일 해외 의약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매디슨(NEJM)'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골절 수술 후 혈전이나 감염 등 수술 후 겪을 수 있는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사용하는 치료법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헤파린이나 아스피린 모두 혈액이 응고하는 것을 방해해 혈전 생성을 막는 효과가 있다.
사실 혈액이 응고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스피린의 효과라기보다 부작용이다. 따라서 고령자나 출혈위험이 큰 환자는 아스피린 복용도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오히려 혈액 응고로 인한 혈전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수술이 필요한 골절환자는 폐와 팔다리에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큰데 특히 폐에서 발생하는 혈전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현재 이런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저분자 헤파린을 처방하는데 저렴하고 구하기 편한 아스피린이 헤파린 대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4월부터 2021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21개 외상센터에서 골절상을 입은 환자 1만2211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구분해 6110명은 하루 두 차례 저분자 헤파린 30㎎을, 나머지 6101명은 아스피린 81㎎을 1일 2회 투여했다.
이후 두 가지 치료로 인한 결과를 측정하기 위해 환자를 90일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혈전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데 아스피린이 헤파린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90일 동안 아스피린 투여 집단에서 환자 47명이 사망하는 동안 헤파린 투여군에서는 45명이 사망했다. 또 폐에 혈전이 생긴 폐색전증 발생 빈도에서도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출혈 합병증, 감염, 상처 등 기타 치료로 인한 부작용 발생률도 유사했다.
다만 심부정맥 혈전증에서는 2.5% 대 1.7%로 아스피린 투여군이 헤파린 투여군보다 조금 높았지만 두 집단 모두 발생 빈도가 낮았다.
로버트 오툴 메릴랜드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아스피린과 헤파린 모두 가장 심각한 혈전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유사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골절 환자들이 혈전으로 발생하는 심각한 결과를 예방하기 위해 (헤파린) 주사를 맞기보다는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가 표준치료법을 바꿀 수 있는 임상시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실제 의료현장 적용은 어려울 것" 의견도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이를 바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범성 건국대학교 병원 심혈관내과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헤파린과 아스피린을 비교했을 때 항응고 치료에 차이가 없었다는 정도의 얘기"라며 "예전에도 아스피린을 안 썼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스피린보다 항응고 심부정맥 혈전증을 예방하는데 헤파린이 우월하다는 연구 결과는 더 많이 나와 있다. 그래서 헤파린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치료 초기에는 혈전보다는 출혈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아스피린이 헤파린보다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헤파린은 반감기가 짧아 투약 후 하루 이틀이면 약효가 없어지지만,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체내 반감기가 길어 약효가 일주일씩 갈 수 있다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보통 수술 2~5일 전에는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김 교수는 "아스피린이 좀 더 많이 쓰이려면 이런 비슷한 연구가 훨씬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아직 한두 차례 연구만으로 아스피린이 헤파린을 대체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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