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시위 수천명 집결…탄핵 반발서 개헌 요구로 번져

재선거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강화·불평등 타파까지 요구

 

페루에서 지난달 7일 의회의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자의적 탄핵에 반발한 항의 시위가 한 달 반 넘게 이어지면서 시위 양상이 사회 변혁으로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공권력을 투입해 강경진압해도, 시위대는 되레 이로 인한 사망 증가에 분노하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리마 산 마르틴 광장에 위치한 유서 깊은 건물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마에 뒤덮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경찰은 진압용 장비를 착용하고 시위대와 대치했으며,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며 반발하는 긴장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날 모인 시위 참가자 수를 페루 경찰은 약 3500명으로 추정했지만, 그 두 배는 족히 넘는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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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는 지난 6년간 대통령이 6번이나 바뀌는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중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은 2명뿐이다. 2016년 취임했다 2018년 탄핵된 파블로 쿠친스키 당시 대통령과, 2021년 7월 말 취임했다가 지난달 7일 탄핵된 카스티요 대통령이다.

특히 의회는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안 가결 몇 시간 만에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을 취임시켜 버렸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구속됐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카스티요 대통령을 석방하고 총선과 대선을 다시 열자며 거리로 나온 것이다.

한 달 반째 이어지는 시위로 이제 페루 민주주의는 시험대에 선 모습이다. 시민들의 불만은 물가 상승과 불평등, 부와 권력을 독점한 기득권층에 향하고 있다.

요구사항도 1990년대 우파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장 친화적 헌법을 대체할 개헌 요구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후지모리는 10년 독재 후 물러나 수감됐지만, 아직까지 페루 정치권에서 후지모리즘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지난 대선에서 카스티요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맞붙었다 석패한 후보가 그의 장녀 게이코 후지모리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호세 델라 로사는 로이터에 "우리는 (권력) 찬탈자인 디나 볼루아르테가 사임하고 새로운 선거를 열길 원한다"며 앞으로 거리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야쿠초와 훌리아카 등 남부 원주민 다수 거주지역에서는 시위로 인한 사상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날 현지 TV에서는 아레키파와 쿠스코에서 시위대 수백 병이 공항 점거를 시도하자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항공기 운항 중단을 발표하는 모습이 나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부 옴부즈맨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인한 사망자 수는 45명으로 늘었다.

교통당국에 따르면 전국 25개 지역 중 18개 지역에서 도로가 봉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시민들이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볼루아르테 새 정부는 지난주 리마와 푸노, 쿠스코 등에 비상사태를 연장해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이런 정부의 행태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리마 시위 참석을 위해 쿠스코에서 온 도밍고 쿠에바는 로이터에 "우리는 페루 심장부인 리마에서 우리의 움직임을 중앙 집중화할 것"이라며 "모든 곳에서 억압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다른 시위자는 "우리는 경찰이 훌리아카 마을에서 야기한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여자도 남자도 아이들도 모두 (억압적 정부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훌리카에서는 지난 9일 하루 동안 시위 참여자 17명이 숨졌는데,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희생자도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권단체들은 페루 군경이 시위대에게 치명적인 총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경찰은 시위대가 사제 무기와 폭발물을 사용했다고 강변했다.

비센테 로메로 내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더 이상의 사망을 원치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대가 든 현수막에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을 '살인자'로 칭하고, 보안군의 진압을 '대량 학살'로 일컫는 현수막이 나부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시위대 사망 관련 사과하면서도 사임 요구는 거듭 일축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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