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대신 닭발'…이집트 정부, 국민에게 권고한 이유

 

경제 악화로 주식인 닭고기 값 치솟자 대체 식재료 권유
IMF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군부의 경제 영향력 약화 요구

 

이집트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정부가 국민에게 닭의 고기 대신 닭발을 먹으라고 권하는 지경이 됐다고 미국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는 기록적인 통화 위기와 5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너무 비싸져 많은 이집트인들이 더 이상 주식인 닭고기를 살 여유가 없게 됐다.


국영 언론에 따르면 가금류 가격은 2021년 kg당 30이집트 파운드(그 당시 환율로는 약 2300원)에서16일 기준 70이집트 파운드까지 올랐다. 치솟는 가격 때문에 이집트 국립영양연구소는 사람들에게 닭고기 대신 닭발을 먹는 것으로 바꾸라고 권했다.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연구소는 "예산을 절약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대안을 찾고 있느냐"며 닭발과 소발굽으로 시작하는 여러 품목을 나열했다.

이집트에서는 닭발이 극심한 빈곤의 상징이었다. 대부분 음식 재료보다는 가축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생각한다. 이에 이집트 국민들은 분노했지만, 하는 수 없이 닭발로 입맛을 바꾸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국가의 권고가 나온 뒤 닭발 1kg의 가격은 2배 가량 오른 20이집트파운드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정부는 자국 인구의 30% 가까이가 빈곤선 아래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2019년 세계은행(WB)은 "이집트 인구의 약 60%가 가난하거나 취약하다"고 추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이집트의 국가 부채는 경제 규모의 85.6%에 달한다.

이집트는 지난 10년 동안 여러 차례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IMF와 다른 아랍 동맹국들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하지만 빚을 내고 다 갚지 못한 채 또 빚을 내는 악순환에 빠지면서 재정 상황이 엉망이 됐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외환보유액이 쪼그라들고 연료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이집트 파운드화는 지난 1년간 거의 가치가 절반이나 날아갔고, 지난주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은 32 이집트 파운드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월의 합의로 IMF는 3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이집트에 제공했다. 올해도 구제금융이 필요한 상황에서 IMF는 올해 대출은 이집트가 여러 가지 구조 개혁을 시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이 구조개혁에는 이집트의 강력한 군대를 약화시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IMF는 중앙은행이 아닌 시장이 통화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유연한 환율 도입과 함께 경제에서 군부 포함 국가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국가적 프로젝트를 늦출 것을 요구했다. 통화나 인플레이션에 미칠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한 군이 소유한 기업을 포함해 모든 기업들이 면세나 세금우대 내용이 들어간 연간 보고서를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이집트 군부는 민간 기업들이 경쟁하기 힘든 분야에서 상당한 수의 기업들을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사기업과 달리 재무 데이터를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는 등 특별한 특권을 누린다. 군은 또한 방대한 국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이집트 자금의 상당 부분을 빨아들이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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