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키 루저'의 기적 일군 권순우 "모든 걸 쏟아부었다"
- 23-01-14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권순우(84위·당진시청)의 표정은 환희와 감격으로 가득 찼다.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총상금 64만2735달러) 결승에서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26위·스페인)을 접전 끝에 2-1(6-4 3-6 7-6)로 꺾었다.
이로써 권순우는 지난 2021년 9월 아스타나 오픈 이후 1년 4개월 만에 투어 대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번 우승으로 한국 테니스 역사도 새로 썼다. 한국 선수가 투어 대회에서 2회 우승한 건 권순우가 최초다. '레전드' 이형택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권순우가 달성했다.
이번 대회 예선에서 패하고도 '러키 루저' 자격으로 본선에 오른 권순우는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강자들을 잇따라 격파하고 우승까지 일궈냈다. '러키 루저' 선수가 ATP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권순우가 10번째다.
우승 랭킹 포인트 250점을 적립한 권순우는 다음 주 업데이트 될 세계 랭킹에서 순위를 52위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권순우는 9만7760달러(약 1억2141만원)의 두둑한 우승 상금까지 챙겼다.
경기 후 권순우는 "'러키 루저'로 올라와서 1회전부터 예선에서 졌던 선수와 만나 힘들었다. 그런데 1회전을 승리했고, 2회전부터 부담없이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좋은 선수들을 연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결승에선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인 최초 투어 대회 2승을 달성한 것에 대해서는 "기록적인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의 역사가 되면 좋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이 된다. 오늘은 그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승 현장에는 많은 애들레이드 현지 교민들이 찾아와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권순우를 연호했고, 큰 힘을 줬다.
권순우는 "많은 한국 분들이 찾아와 응원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러키 루저'로 올라와서 처음엔 부담이 없었느데 올라갈수록 간절함이 생겼다. 오늘은 어제나 그전보다 경기력이 안좋아 긴장했다. 믿음보다는 결승이니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역시 권순우는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아굿을 압박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서는 한 두 스텝 앞에서 공을 받아치는 기술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권순우는 "톱 100위 안이나 50위 안에 드는 선수 모두 에러없이 잘치는 건 똑같다. 코치님과 내 공격이 더 좋다고 생각하면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고 얘기했고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말했다.
서브가 좋아진 것에 대해서는 "서브는 스피드를 위해 힘빼고 코스를 보면서 성공률을 높이려고 했는데 힘이 잘 받았다. 또 실내 경기다보니 잘 터진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분좋은 우승을 달성한 권순우는 이제 오는 16일 개막하는 호주오픈 본선에 나선다. 1회전 상대는 세계 랭킹 123위 크리스토퍼 유뱅크스(미국)인데 지난해 권순우가 2-1(7-6 1-6 6-4)로 승리한 바 있다.
권순우는 "대진운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메이저 대회 본선을 뛰는 선수면 경기력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질수도 이길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젊다. 회복 잘하면 어려운 경기라도 잘 치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권순우가 1회전을 통과하면 보르나 초리치(23위·크로아티아)-이르지 레헤츠카(78위·체코) 경기 승자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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