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직장인의 설움…성별임금격차, 26년째 OECD '꼴찌'

FT, 직장 내 성차별 구체적 사례 등 노동 환경 집중 보도

여성 간부 임원 턱없이 부족…尹 '페미니즘' 인식 언급도

 

한국의 지난해 성별임금격차가 31.12%를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 가입국 중 중 가장 큰 것으로 발표됐다.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26년 연속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한국의 이 같은 노동 환경 실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 보도했다.

성별임금격차는 지난해 연봉을 기준으로 남녀 노동자를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남성과 여성의 연봉을 비교한 연봉의 중간값을 비교한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발표된 31.12%를 예로 들면, 여성이 남성의 68.88% 수준의 임금만 받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차이가 OECD 국가 중 가장 클 뿐 아니라, 26년째 이 같은 꼴찌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존재하는 한국의 노동 환경 실태를 집중 보도하면서 먼저 금융 대기업에서 일하는 25세 여성 수진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팀에서 유일한 여성 직원인 그는 남성 동료들이 팀에 하나밖에 없는 여성 직원의 자리를 차지한 만큼, 자존감을 높이라고 조언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식 자리에서 남성 동료들이 대놓고 "한 팀에 여성이 한 명 이상 있으면 싸움이 나고 팀 분위기를 망친다"고 말한다며 직장에서의 고충을 전했다. 남성 동료들은 여성 직원들이 자신들과 생각하는 과정이 달라서 불편하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회사 측은 남녀 직원들에게 색깔이 다른 수첩까지 나눠준다며 여전히 성차별이 존재하는 기업의 문화에 대해 그는 자세히 말했다. 

한국의 지난해 성별임금격차가 31.12%를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 가입국 중 중 가장 큰 것으로 발표됐다. FT 캡쳐


◇ 기업 간부 여성 비율 현저히 낮은 한국, 여전한 '유리천장'

이처럼 FT는 현재 한국 기업들의 입장에선 여성 직원들이 결혼과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이 생기기 때문에,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LG그룹이 이정애 사장을 첫 여성 CEO로 배출해낸 소식 등을 전하며, 한국 기업들이 여성 임원을 임명하더라도 그 수가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실태라고 꼬집었다.

실제 기업 데이터 제공업체 ‘CEO Score’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국 5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단 11명에 불과했다.그마저도 3명은 오너 일가 출신이었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의 최근 연구에서 한국 상장기업의 포용적 고용 관행에 대한 연구를 작성한 피터 매탄레 셰필드대 선임강사는 한국과 일본에서 특히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여성들은 OECD에서 여성들의 교육 성취도가 가장 높지만 핵심 및 관리직 고용에서 일부 기회의 보장성은 가장 낮다"고 했다. 이어 재능과 지식의 '엄청난 낭비'라고 비판했다.

20명의 팀원 중 유일한 여성이라는 주현씨(45)는 한국에선 처음부터 CEO나 임원 자격을 갖춘 여성 후보자가 부족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경력을 쌓아 임원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승진 후 조금만 잘 못해도 애초에 그들이 승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지적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尹대통령, 구조적 성차별 부인하고 '페미니즘' 이슈 부각 

아울러 출산 직후 직장에 복귀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은 사례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수진씨는 "동료 중 한 명이 임신했을 때 상사로부터 정말 회사로 돌아올 것인지 물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주현씨는 "젊은 세대는 30대 전문직 여성들이 겪는 일을 보고 가정을 꾸리는 게 어떻게든 삶에 이익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낸다”고 말했다.

아울러 FT는 이 같은 한국 직장 내 성차별 문제 등을 자세히 다루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를 ‘페미니즘’ 탓으로 돌리고 구조적 성차별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는 데 특히 주목했다.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기는 듯한 '보수적' 인식을 윤 대통령이 지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고 FT는 전했다.

그러면서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회장이 "한국의 문화는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인 상태"라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충분히 유능하지 않다는 뿌리 깊은 인식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밝힌 인터뷰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FT는 업계 전문가들이 국제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할 때. 다양성을 중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하며, 여성 임원이 턱없이 부족한 한국 기업의 실태를 다시 한번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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