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거꾸로 달린 튀르키예 대통령…나토 가입에 영향 미치나

튀르키예, 스웨덴 대사 초치해 항의 제기

 

스웨덴의 한 쿠르드족 단체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의 인형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 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해 튀르키예 당국이 스웨덴 대사를 초치해 항의를 제기했다.


튀르키예는 쿠르드계 분리주의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며 이 단체를 옹호하는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제동을 걸고 있는데, 이번 사건이 양국 외교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외무부는 스웨덴 대사를 불러 항의를 제기했으며, 튀르키예 의회는 다음 주 예정된 스웨덴 의원의 앙카라 방문을 취소했다.

파레틴 알툰 튀르키예 대통령 대변인은 "우리는 스웨덴 당국이 더 이상의 지체 없이 테러 단체에 대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측에서는 이들 단체와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토비아스 빌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중이 선출한 대통령이 시청 밖에서 처형되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혐오스럽다"며 이번 사태를 언급했다.

앞서 쿠르드족 단체인 스웨덴 로자바 위원회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본딴 인형의 다리에 밧줄을 묶어 거꾸로 매달았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무솔리니가 처형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무솔리니는 해외로 탈출하려다 붙잡혀 총살당한 뒤, 밀라노 로레토 광장에 거꾸로 매달려 최후를 맞았다.

이 단체는 에르도안 대통령 인형 사진을 게재하며 "독재자들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보여준다"며 "이제 에르도안이 사임할 때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 거꾸로 매달리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사퇴하라"고 적었다.

2019년 10월13일(현지시간) 터키군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으로 국경도시 라스 알-아인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쿠르드족은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거주하며 고유한 국가가 없는 세계 최대의 소수 민족이다. 3000만 명의 쿠르드족이 네 나라에 거주하는데, 이 중 절반은 튀르키예에 터를 잡고 있고 약 250만 명이 시리아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위 네 국가들 중 쿠르드족이 자치 지역을 설립한 유일한 국가다.

특히 튀르키예는 1987년 창설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쿠르드족 단체의 퍼포먼스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시도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은 중립 정책을 고수해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 6월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에 신규 가입하기 위해선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PKK을 옹호하고 있다며 나토 가입을 반대해왔다. 또 스웨덴은 튀르키예가 2019년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장악 지역에 군사 공격을 가했다며 무기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튀르키예 정부는 스웨덴이 PKK와 시리아 연계 세력을 포함한 튀르키예 단체들을 단속하고 관련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절차를 밟기로 합의했다.

스웨덴은 튀르키예가 수배한 PKK 당원인 마흐무트 타트를 튀르키예에 인도하는 등 나토에 가입하기 위해 튀르키예 측 요구 사항을 이행해나가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더 많은 조처를 취하라는 입장이다.

스웨덴에는 쿠르드족 10만 명이 체류하고 있으며, 의회에는 쿠르드족 출신 의원 6명이 진출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웨덴이 쿠르드족을 뒤로 하고 튀르키예의 손을 잡기도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30개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핀란드와 스웨덴의 신규 가입안을 의회가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튀르키예와 헝가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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