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김영순] 공

김영순(오레곤문인협회 회원)

 

공*


허공에서 떨어진 비는

땅에 스며, 생명을 키우고,

하얗게 내리쬐는 볕의 부름에

생명을 떠나

허공으로 돌아간다


온전한 생명 하나가

자식, 친구, 아내, 엄마, 이웃으로

부서져 떠돌고, 돌아 돌아

비우고 잘라 만든 자리

내가 아닌 내게, 그 자라 내주어

온전해진다.


나눠 채운 온전함의 무게가 버거워지면

하나, 둘, 비워내고

허공으로 돌아가 온전해진다.


*공은 아무것도 아니나, 또한 온전한 그 자체이다.


<해 설>

우주 만물 개체는 공의 형상이다. 공은 무이며 완전한 실존이다. 

이 작품 속에서 시인은 비가 허공에서 내려 생명들을 키우고 다시 허공으로 돌아가 완성된다고 한다. 

주목되는 점은 시인은 사람도 자식, 친구, 아내, 엄마, 이웃으로 서 자신의 전체를 비우고 공으로 될 때 완성된다는 것을 교화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자연과 같이 인간은 완전히 자신을 비워내고 충실하게 자기 소명을 다할 때 충만한 삶, 즉 만공(滿空)에 이르는 것임을 계도하는 시적 모티프로 구축되어 의미깊게 평가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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