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수필-윤명숙] 새해의 소망
- 23-01-02
윤명숙(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새해의 소망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 아침의 새 날이 차츰차츰 다가오는 이 시간, 소리도 없이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시애틀의 첫눈이다. 하얗게 쌓여가기 시작하는 이 아침에 산책을 포기하는 대신 두 손을 모아본다.
이제 세상의 모든 전쟁과 병마로 인한 슬픔과 아픔이 저물어가는 해와 함께 잘 가고 온 세상이 깨끗하게 되는 희망찬 새 날이 찾아오기를 마음의 손을 들어 환영한다.
새해에는 진실로 아름다운 소망이 꿈과 함께 피어나는 평안의 나라가 임하시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 옛날에는 보릿고개를 지나서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가기에 허덕이며 힘들었어도 따스한 정이 오가는 살가운 세상이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따스한 부뚜막에 앉아서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 웃음소리, 방안에 화롯불을 피워놓고 마늘과 밤, 고구마를 구워서 서로 껍질을 까주면서 먹여주던 아버지가 너무 그립다.
꽃피며 새우는 아름다운 계절은 가고 겨울은 기다리지 않아도 온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떄 이름을 남겨놓고 후손들을 위해서도 선한 열매를 맺어야 할 터인데!
나는 곰곰이 지나간 세월을 생각하며 새해가 오기 전에 마음의 생각을 정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앞서간다.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는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에 깨끗이 비우고 버리고 정리하는 마음으로 갈무리하고 싶다.
조용히 뒤돌아보니 살아온 삶의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민 1세대의 삶보다는 1.5세대는 이 낯선 나라에서 힘겹게 잘 견디고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부모의 기대로 더욱 힘들고 통역사까지 겸한 삶이 힘들지만, 나름대로 잘 견디어서 평범하지만, 사회에 적응하면서 잘 살고 있음이 감사하다.
2세대는 더욱 사회에 어깨를 잘 맞추어 적응하며 앞서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세대들의 피나는 노력, 목표를 세우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분야에 필요한 공부에 끊임없이 전진하는 결과임을 볼 때 아이들을 하나님께 기도로 맡겨드리고 믿음으로 기다리니 상상도 못할 결과에 마음이 설렌다.
다들 나름대로 대학원도 졸업하고 제각각 제 적성에 맞게 잘 성장해가며 이제는 결혼 적령기가 되니 어느덧 2세대의 새 가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러는 내년 봄에 대학 졸업이지만, 이미 직장이 마련되었다. 그도 경쟁으로 돈을 더 준다는 조건으로! 이 모든 것이 여호와 이례 하나님의 은혜임을 감사로 고백을 한다.
순간 나의 마음이 나의 갈 길은 준비되었는가? 아이들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향해 전진하듯이 좁은 길, 좁은 문을 인도하시는 주님의 말씀 안에서 죄의 길을 버리고 힘든 고난의 길이라도 잘 따르면 현재의 고난은 장차 받을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고 하시니 잘 인내하며 하늘의 참 소망으로 침묵하며 마음의 가지치기를 잘하며 따르리라 다짐한다. 평안한 나의 가정에 가족이 아닌 가족같이 지낸 교만한 타인의 오욕으로 인해 폭발할 것 같은 그 힘든 길을 잘 참고 견디며 침묵으로 인내하기를 참 잘했다.
내가 나를 다독이면서 이 역시 주님의 은혜라고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해본다. 며칠동안 하얗게 쌓여있는 눈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첫사랑을 그리면서,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내 생각을 다 내려놓고 바른길 옳은 길로… 세상 끝날까지 함께하시며 도와주심을 믿는 마음의 시선을 하늘로!
봄이 다시 오듯이 이 또한 지나가면 저 하늘로부터 소리없이 오는 첫눈처럼 꽃이 만발한 봄이 찾아 오리라. 첫사랑의 무지개 언약을 마음에 깊이 새기면서 새해의 참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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