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시-송명희] 세월이 가면
- 23-01-02
송명희 시인(워싱턴주 기독문인협회 회원)
세월이 가면
지난해에 귀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고요?
쉿, 혼자만 아세요, 오래 살면 귀에서 별게 다 산답니다, 저도 그래요
사실, 우리는 밤마다 깜빡깜빡 윙크하는 낡은 전등아래서
계절을 한입에 꿀떡 삼킨 노인의 이야기도 알고 있잖아요
그 시절에는, 비를 먹는 눅눅한 벽은 있어도
입에 거품 문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요즘 세상은 옛날보다 더 새빨간 거품이에요
오래오래 주눅 들어 쪼골한 심장소리는
세월에 뭉쳐 몰래 삼키면 된답니다
잘 뭉치면 도둑이고, 잘 흩어지면 백성이라지만
흩어져 혼자 뼈를 삭히면 너무 징하잖아요
가시 바싹 세우고 말라죽은 산딸기처럼 말이어요
주책없이 기 세우며 나잇값 올리지 말고
질투 많고 눈매 수척한 그믐달 모르게
매초롬한 새해나 만나러 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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