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석학 "러, 유가상한제 보복하면 유럽 대신 中·인도가 피해"

다니엘 예르긴 "국제 석유시장 전성기 종말…러 역시 수익 감소"

 

세계 최고의 에너지 역사학자가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에너지 협박이 글로벌 석유시장의 종말 및 하위 작은 시장으로의 분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가 서방의 유가상한제 등에 반발해 감산하면 중국과 인도 등의 현재 고객들의 타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사학자인 S&P 글로벌 부회장은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를 무기로 한 협박으로 인해 서방에서 혐오감이 증가하고 이는 국제 석유 시장 전성기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르긴 부회장은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와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은 세계 석유 시장의 종말을 알리는 것이다. 대신 이 자리에는 분할된 시장이 자리할 것이다. 이 시장의 국경은 경제와 물류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전략에 의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유럽의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감산하고 가격을 인상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들의 (에너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현재 석유 시장의 파편화되고 예측할 수 없는 특성으로 인해 그 전략이 푸틴에게 도리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배럴당 60달러의 유가상한선이 책정된 후 푸틴 대통령은 이 조치를 '어리석다'고 표현했고, 내년 초 러시아 석유 생산량을 5~7% 줄이겠다고 위협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고객들로 보고 더 지역화된 석유 시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사우디 뉴스채널 아샤르크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유가 상한제 여파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새로운 석유 고객을 찾고 있다"고 밝혔고, 러시아 석유회사들도 "서쪽에서 동쪽, 남쪽, 다른 나라로 공급 경로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서방에 피해를 주기 위해 감산을 결정하고 유가를 인상할 경우 아무리 소규모 석유시장으로 전환한다 해도 러시아의 수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하지만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연구원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 삭감이 러시아에 피해를 주더라도 크렘린궁이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그렇게 결정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러시아의 석유 감산과 가격 인상이 현재의 고객인 중국과 인도 등이 외면할 정도로 심하다면 푸틴에게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예르긴은 주장했다.

그는 내년에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방이 푸틴이 바라는 만큼 고유가의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경기침체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타격을 주고 싶은 유럽 대신 엉뚱하게 중요 고객인 중국과 인도만 곤란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르긴 부회장은 "급격한 원유 감산과 그에 따른 가격 인상은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12월 기준 전체 해상 원유 수출의 약 70%를 받은 인도와 중국과 같은 러시아에 중요한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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