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오인정] 빙벽 앞에서
- 22-12-25
오인정(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빙벽 앞에서
세상의 풍상 맞다 보니/요리조리 구부러진
절벽 꼭대기 노송 두 그루
기나긴 세월 아등바등 사시느라
등 휘어진 아부지/허리 굽은 어무이였네
물길 따라 깍이고 깍인/골 따라 흘러내리다가
매서운 겨울바람에/얼어붙은 고드름들
등 부서질 듯 종아리 터질 듯
힘겨운 평생 지게질하던/ 아부지 땀방울
번데기 한 소쿠리 팔아도
새끼들 고기 한칼 못 먹여
한스럽게 홀로 흐느끼던/어머이 눈물
아무리 얼래고 달래도/배고프다 춥다 울어대던
동생들의 눈물들이/꽁꽁 얼어버린 빙벽
눈물 속에 피었기에/얼음 골짜기를 지났기에
더 아름답게 피어난
꽃
꽃
꽃
<해설>
겨울이 깊어가니 날씨가 매우 춥다. 산천초목도 얼고 사람 몸과 마음도 언다.
그러나 추위를 극복하는 길이 있다. 바로 사랑의 정신이다. 이 작품 속에서 시인은 뜨거운 효심으로 빙벽을 녹이고 있다. 그는 겨울 산 절벽에 선 노송과 고드름에 고난의 생을 산 부모님을 투영시킨다.
주목되는 점은 시인은 자식들을 위해 희생한 그의 부모님의 사랑의 정신을 오늘 그가 겨울의 추위를 극복하는 원력으로 삼아 “꽃”의 이미지로 형상화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시인이 그의 부모님의 사랑과 효심으로 겨울과 같은 이 냉냉한 이국에서의 역경을 극복하는 힘으로 치환하여 공고한 문학정신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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