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일까 바보일까'…일론 머스크 설명하는 세가지 키워드

SF소설, 사피오섹슈얼, 아스퍼거 증후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해못할 말과 행동이 이어지면서 그가 천재인지 바보인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 뉴럴링크, 하이퍼루프 등 공상 과학 소설에 나오는 아이디어를 현실 속에서 구현시키는 비범한 천재의 모습도 있지만, 여러 여성들을 섭렵하고, 트위터에 밑도끝도 없는 단어를 툭 던지며 대화하는 그의 모습에는 얼간이의 모습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수의 언론 매체와 학자들은 머스크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 무엇인지 연구해왔다. 그리고 대체로 그 결론은 공상과학소설, 아스퍼거 증후군, 사피오섹슈얼로 요약되었다. 

◇ 14살에 실존적 위기 겪어…SF소설에 빠지다

일론 머스크는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인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는 캐나다 태생의 모델이다. 그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는 잠비아에 있는 다이아몬드 광산의 절반 소유주였던 엔지니어였다. 그의 부모는 1980년에 이혼했고, 일론은 10대에 그의 아버지와 몇 년간 함께 살다가 그와 소원해졌다.

머스크는 아버지를 "악마이자 끔찍한 인간 말종"이라고 표현했다. 2017년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 도중 울먹이며 “아버지는 언제나 악랄한 계획을 세우는 끔찍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몸이 허약한데다 독특한 성격이라 남아공의 학교에서 주변으로부터의 따돌림은 물론 폭행과 괴롭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6월 CNBC에 따르면 머스크는 14살 때 자칭 '실존적 위기'에 빠졌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쇼펜하우어 책을 포함해 주로 대학생들이 읽는 책을 10대 초반에 읽었다. 하지만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한 기자에게 "우연히 집에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책이 몇 권 있었다. 그런데 이 책들은 14살 때 읽으면 안 된다. 나쁜 책이다. 정말 부정적이다"고 말했다.  

◇ 최애서는 '은하계로 가는 히치하이커의 안내서'


대신 그는 공상과학 소설(SF)로 눈을 돌리게 됐고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계로 가는 히치하이커의 안내서'를 읽었다.

우주에서 길을 잃은 한 남자를 따라가는 이 이야기는 머스크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사실, 그는 자신의 첫 화성행 로켓 우주선의 이름을 이 책에 나오는 우주선 이름인 '금의 심장'으로 지을 뻔 했다. 머스크는 현실판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이름)로 불리고 아이언맨 2 영화에는 카메오로 출연했다.

미국 좌파 잡지인 재코빈 매거진에 실린 퓨젯 사운드 대학 조던 S. 캐롤 교수가 쓴 '왜 60년대 공상과학소설을 이해하는 것이 일론 머스크를 이해하는 열쇠인가'라는 글은 하지만 머스크가 공상과학소설 장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질 르포어(하버드대 교수)가 관찰했듯이 그는 공상 과학 소설에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 장르를 잘 읽지 못한다"고 썼다. 이어 "그는 킴 스탠리 로빈슨(미국 SF소설가)과 이언 M. 뱅크스(스코틀랜드 SF소설가)를 우상화하면서도 이들의 사회주의 정치관은 무시한다. 페미니스트, 아프로퓨처리스트(Afrofuturist·아프리카의 전통 문화와 미래를 SF 판타지와 결합시킨 것) 등의 주요 전통적 관점을 간과한다. 많은 실리콘 밸리 CEO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주로 공상 과학 소설을 창조되기를 기다리는 멋진 발명품들의 보고로 본다"고 비판했다.

캐롤 교수는 머스크의 세계관을 형성한 소설 중 하나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미국 SF작가)의 '달은 가혹한 정부'(The Moon Is a Harsh Mistress)일 것으로 보았다. 이 소설은 중앙집권적인 달 당국이 인도와 같은 곳의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기 위해 지구로 음식을 운송하도록 강요하자 이에 저항하고 달을 독립시키는 달 주민들의 이야기다. 

르포어 하버드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머스크주의를 극단적이고 사치스러운 형태의 자본주의, 정말 외계 자본주의라고 생각한다. 극단 자본주의는 일종의 견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라고 설명했다.

◇ 아홉 아이의 아버지…'사피오섹슈얼' 특징 가져

머스크의 복잡한 여성 편력과 다자녀도 그의 특징 중 하나다. 머스크는 첫 부인과 사이에서 다섯 명의 아이를 낳았고, 두 번째 부인과는 결혼-이혼-재혼-재이혼을 반복했다. 머스크는 캐나다 퀸즈 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첫 번째 부인 저스틴 머스크(니 윌슨)를 만났다. 그들은 2002년에 결혼해 6명의 자녀를 두었다. 하지만 첫 아이는 생후 10주에 영아 돌연사 증후군으로 사망했다. 2004년에는 쌍둥이를 낳았고 2006년에는 체외수정을 통해 세 쌍둥이를 낳았지만 2008년에 이혼했다.

같은 해, 머스크는 여배우 털룰라 라일리와 데이트를 시작했다. 이들은 그후 결혼과 재혼을 반복했다가 2016년에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이혼했다. 그는 2017년에는 여배우 앰버 허드를 몇달 사귀었고 2018년에는 음악가 그라임스와 만나면서 2020년에 아들, 2021년에 대리모를 통한 딸을 둘 사이에 낳았다. 하지만 그라임스와 머스크는 딸이 태어나기 몇 달 전에 헤어졌다. 그 후, 2022년 7월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머스크와 뉴럴링크의 임원인 쉬본 질스가 쌍둥이를 함께 낳았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그라임스와 사귀게 된 과정을 들어 그를 '사피오섹슈얼'이라고 표현한다. 똑똑하거나 지혜로운 사람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기에 천재 덕후녀인 그라임스에게 끌렸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몇 년 전 '로코 바실리스크'(Roko's Basilisk)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 음모론에 이끌리는데 그라임스가 이미 이런 내용으로 뮤직비디오까지 만든 것을 알게 되고 놀라면서 메시지를 주고받고 사귀기 시작했다. 둘 사이의 아들 이름은 그라임스가 ‘X Æ A-12’라고 붙였는데 이에는 엘프어, 2차대전에 등장한 전투기 이름이 들어 있다.

◇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비범한 데 차분할 수 있겠나"


한편 지난해 5월 머스크는 미국 코미디쇼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 출연해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자폐의 한 종류인 아스퍼거 증후군은 특정한 주제나 관심 분야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지만 언어 소통이나 비언어 소통을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서 "내가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거나 뜬금없는 게시물을 올린다는 걸 안다"면서 "하지만 그건 단지 내 뇌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머스크는 "혹시 나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면, 내가 전기차를 재창조하고, 인간을 우주선에 태워 화성으로 보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사람이 평범하고 차분할 수 있겠나"며 비범한 자기애를 보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시애틀 뉴스/핫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