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위드 코로나'…'확진자 폭발' 中서 의료 붕괴·사재기 '비명'

'무증상' 발표 중단 후 공식 확진자 수 2000명대…화장까지는 닷새 대기

의약품 품귀·환자 급증에 패닉 모드…"중증 환자도 병원 진료 불가"

 

중국 정부가 무관용 '제로 코로나'를 이달 초 급격히 완화하자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방역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방역 기조를 급선회하면서 중국에서는 의료 체계가 붕괴하는 후폭풍을 맞이하고 있다.  

15일 CNN과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정부가 무증상 감염자를 공식 통계에서 제외함에 따라 수치상 드러나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000명대에 머물고 있으나 중국에서 의료 붕괴와 사재기로 아수라장이 됐다.

실제로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베이징에서만 코로나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2만명에 육박했고, 진료소를 찾는 시민은 일주일 전 대비 16배나 급증하는 등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 "당장 안 아파도 일단 약부터 확보하자"…사재기 기승

방역 완화에 따른 불안감에 중국에서는 시민들이 의약품 뿐만 아니라 식품까지 손에 닿는대로 구매하고 있다. 

현재 베이징 약국에서는 이부프로펜(해열∙소염 진통제), 감기약, 그리고 간이 검사 키트가 대부분 매진된 상태이다. 그러나 물과 생필품 외에도 레몬 또는 '복숭아 통조림'이 코로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온·오프라인에서 품귀 현상이 일고 있는 상황. 

사재기 현상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헬스케이 플랫폼인 JD헬스는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4일까지 항원 키트 매출이 전주 대비 344% 증가했다고 발표했고, 감기약인 롄화칭원에 대한 검색량은 전년 대비 2000배 증가했다.

BBC는 "사재기는 팬데믹 초기 전 세계적으로 목격될 수 있던 현상이었으나 이제는 방역을 완화한 중국에도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약국으로 몰려가 의약품을 닥치는대로 구매하고 있다"면서 "겨울철 대규모 감염 확산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이 공황 상태로 의약품을 사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장례식·안치실·묘지 부족…"대기만 최소 닷새"


이토록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안치실이 부족해 화장까지 최소 닷새가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베이징 둥팡병원 영안실 관계자는 "최근 베이징에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까지 대부분 코로나에 감염돼 인력이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시신을 화장하기까지는 최소 5∼7일 걸린다"고 전했다. 

베이징 소재 화장장에서 근무 중인 또 다른 직원은 "우리는 매일 24시간씩 밤새 화장을 하고 있다. 이렇게 화장장을 가동해도 가장 빠른 예약은 닷새 뒤인 새벽 3시나 돼서야 있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시신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베이징 장례식장의 한 직원은 최근 며칠간 장례식장과 안치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했으나, 유가족들이 묘지마저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현지 한인들 "갑자스러운 '위드 코로나…병원 진료는 꿈도 못 꿔" 아우성

중국에서 근무 중인 한인들은 방역이 완화됐음에도, 길거리는 여전히 썰렁해 제로 코로나 때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정부가 갑작스럽게 시행한 위드 코로나 탓에 의약품 품귀 현상이 극심하며 코로나에 걸려 증상이 악화한들 병원 치료는 꿈조차 꿀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중국 길림성 장춘에서 은행에 다니는 정모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실 출근이 불가피한 국제 업무를 제외하고는 직원들이 재택으로 근무 중이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끔 해놓았다"면서 "현재 대분분의 사람들이 자택에서 머물며 생활하고 근무 중"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민간 병원이 거의 없다. 코로나 증상이 심각하더라도 병원 진료를 받기는 힘들다. 병원에 도착한다해도 대기줄만 500m에 달한다. 그래서 약을 구비해두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다행히 우리는 회사에서 약을 배포해서 약을 많이 구비해지만, 약국에서는 코로나에 걸렸을 때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이미 동났다. 위드 코로나가 워낙 갑자기 시행됐기 때문에 정부의 대처는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정부가 아무리 준비를 해놨다고 하더라도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혼란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이제 중국도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기로 한 만큼, 언젠가 코로나에 걸릴 운명이라면 하루 빨리 걸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도 존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저우에서 의류 공장을 운영 중인 사업가 강모씨도 "방역이 완화돼 격리가 자유로워졌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공장 직원 한 두명씩 코로나에 감염되고 있고, 자율적으로 격리 중에 있다"며 "직원들이 단체로 코로나에 걸려 생산에 타격이 있을까봐 불안하다. 직원들을 위해 매일 키트를 구매해 건강 관리에 유의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식당은 많이 열려 있지만, 약은 사재기 많아서 구하기가 힘들다.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강씨는 "위드 코로나에 대한 현지인들은 기대감 반, 두려움 반인 것 같다. 개방에 대한 기대감은 분명 존재하나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다보니 치료를 못받을까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중국에서는 거듭된 코로나19 봉쇄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지속되며 민심이 들끓자 정부는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상시로 진행해오던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폐지됐으며 무증상 또는 경증 감염자는 재택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됐다. 또 정부는 단체 국내 여행을 허용하는가 하면, 무증상 확진자 수치마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코로나 봉쇄령을 해제하자 일일 확진자 수는 최대 560만명으로 정점을 찍고 전체 사망자 수는 210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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