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美, 아프리카에 '올인'하고 있다"…이 말로 中 막을 수 있나

13~15일 워싱턴서 미-아프리카 정상회의…강해진 中 영향력 견제 시도

3년간 72조 지원·아프리카연합 G20 가입 지지·무역 강화 협정 '선물 보따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강화해온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3년간 72조 지원 △아프리카연합(AU)의 주요 20개국(G20) 가입 지지 △무역 강화 협정 등의 '선물 보따리'를 꺼내들었다. 

미 워싱턴에서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미-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지역 정상 45명을 포함한 49개국 대표단과 AU 대표단이 방문 중이다.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대표단 앞에서 "미국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전부를 걸고(올인·all in)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가 잘 되면 미국도 잘 되고, 전 세계가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8년 만에 다시 아프리카에 손짓하는 美…中 견제 의도 

미-아프리카 정상회의는 2014년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첫 문을 열었지만, 이후 정권교체로 이어지지 못하다 8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간 아프리카에서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온 중국을 향해 '미국이 더 좋은 파트너'라는 점을 보여주는 데 방점이 찍힌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미국이 아프리카에 소홀해온 사이 중국의 대 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미국의 약 4배로 급등했으며, 아프리카 많은 국가들은 그런 중국에서 유상차관을 대거 제공받는 등 지역 간 관계가 한껏 밀착돼 있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선물 보따리를 풀어낸 것이다.

우선 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앞으로 3년간 550억 달러(약 72조 원)를 아프리카에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회의 첫날인 13일에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대 아프리카 국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아프리카 내 미국 무역 선호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아프리카 간 무역 관계 강화를 위한 협정을 발표하고,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와 맺은 새 협정으로 미국 기업들이 13억 인구와 3조 4000억 달러 가치를 가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제너럴 일렉트릭과 시스코 시스템즈 등 아프리카 사업 참여할 기업들의 구체적인 명단도 공개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 AU가 G20에 가입하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G20에는 개별 19개국과 함께 유럽연합(EU)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AU 가입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다. 

아프리카 대표단에는 선물보따리를 꺼내 들면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지난 12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아프리카에서 거래적이고 착취적이며 여러 나라를 더 취약하고 가난한 상태로 만드는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취임 이후 발표해 추진해온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일대일로'가 많은 개발도상국의 채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 무역과 투자, 경제 성장 기회에 대해 쌍방향 논의를 하길 원한다"면서, 중국이 아프리카에 끼치는 악의적 영향을 꼬집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중 경쟁에 '몸값' 높아진 아프리카 "더 내놔라"

이날 열린 무역포럼에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아프리카의 광대한 토지 자원과 젊은 인구를 활용하기 위한 미국 기업 및 기관의 더 많은 투자를 요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미국은 아프리카에 상품을 수출하는 대신 투자할 기회를 찾아야 하다"면서 "아프리카 대륙에 필요한 '생산할 수 있는 기계'와 '노하우'가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농업 부문은 2030년까지 3배 이상 증가,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며 "미국 자본이 아프리카의 물리적 인프라 부족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아프리카는 이미 중국과 관계를 상당히 좁혀, 그 규모가 미국을 앞질렀다.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와 중국 간 무역 규모는 2540억 달러, 미국과의 규모는 643억 달러였다. 2002년에만 해도 중국과의 무역 규모는 120억 달러로 미국의 210억 달러보다 약간 뒤처졌는데, 이제 비교도 어려운 격차를 보이며 역전한 것이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의를 주시하며 자국의 대 아프리카 투자가 오히려 채무를 증가시킨다는 미국의 주장을 반박헸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이번 정상회의 직전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방 기관에 (중국보다) 3배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소개하고, "아프리카에는 중국이 지어준 병원과 고속도로, 공항, 경기장이 도처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동안 아프리카에 집중됐던 중국의 대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가 최근 몇 년 사이 상대적으로 소폭 감소한 만큼, 아프리카 지역들은 미국의 '구애'에 적극 응하며 미·중 '줄타기'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투자를 늘리면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중국처럼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보다는, 민간 투자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로이터는 부연했다. 

◇美·中, 결국은 양자 택일 요구

아프리카 투자는 비단 무역과 경제, 외교 관계뿐만 아니라 안보와 전략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중국은 미국이 '독재국가'로 분류하는 아프리카 서부 적도기니를 포함, 아프리카 대륙 서쪽에 펼쳐진 대서양 연안에 군사 거점을 마련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선물보따리를 꺼내 놓다가 어느 순간 아프리카에 양자 택일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유엔 에티오피아 대표부의 타예 아츠케 셀랏시에 암데 대사는 로이터에 "미국과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맺고 있는 각각의 관계는 아프리카의 발전에 있어서는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프리카 개별 국가는 그들 각자의 관계와 최선의 이익을 결정할 기관을 따로 두고 있다는 점은 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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