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촉망받는 갑부 사업가→희대의 사기꾼…FTX 창업자의 몰락

'92년생' 샘 뱅크먼프리드, 8가지 혐의로 형사 기소…모두 유죄 시 최대 징역 115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해 3년 만에 촉망받는 억만장자 청년 사업가로 급성장했다가 일순간 '희대의 사기꾼'으로 판명난 샘 뱅크먼프리드(30)의 일대기가 주목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뉴욕남부지검은 전날 바하마에서 체포된 뱅크먼프리드를 사기 및 돈세탁 모의, 금융법 위반 등 8가지 혐의로 형사 기소했다고 밝혔다. 모두 유죄로 판결될 경우 최대 1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죄목들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이 설립한 FTX에서 고객들의 예치금을 개인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에 부채 상환 등 목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FTX 설립 첫해인 2019년부터 지난달 파산 직전까지 이를 실행 또는 계획해왔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즉, 단기간 내 급성장해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던 그의 사업은 처음부터 모두 '사기'였던 셈이다.

뱅크먼프리드는 미 의회 청문회 출석을 준비하며 제출한 증언서에 "내가 모든 걸 다 망쳤다"는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 변호사 다미안 윌리엄스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명문 MIT 물리·수학도에서 '암호화폐의 황제'로 


BBC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명문 연구대학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하던 시절 '부자가 되길 꿈꾸는' 명석한 학생이었다. 

학부 시절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효과적 이타주의'에 감명받은 바 있다고 그는 과거 BBC 인터뷰에서 회상한 바 있다.

그래서 뱅크먼프리드는 은행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고 인터뷰에 밝혔었다. 선의로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 돌려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던 뱅크먼프리드는 뉴욕의 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주식 거래를 배웠고, 당시 새롭게 떠오르던 비트코인을 접하며 차익 거래를 시작했다. 다양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오가며 가장 저렴한 곳에서 매입한 뒤 가장 많이 거래되는 곳에 되파는 일이었다.

이번 FTX 사기 행각에 이용된 개인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를 설립한 것도 비트코인 차익 거래로 수익을 올린 직후다. 알라메다 리서치를 통해 국경 너머로 돈을 옮기는 기술을 완성한 뱅크먼프리드가 2018년 1월까지 동료들과 올린 수익은 일일 100만 달러(약 13억 원).  

결국 2019년 아예 거래소 FTX를 차린 뱅크먼프리드먼은 팬데믹 기간 암호화폐 '붐'에 힘입어 창립 3년 만인 2021년 공식적인 억만장자로 등극했다. FTX는 당시 세계 2위 규모의 암호화폐 거대 기업으로 성장, 하루 100~150억 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초 FTX의 평가 가치는 320억 달러(약 41조 5000억 원). FTX 파산 직전이던 올해 말까지 그의 자산가치는 260억 달러(약 33조 6000억 원)로 평가됐다. 

뱅크먼프리드는 자신을 추종하는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사무실 책상 옆에 있는 빈백에서 잠을 잔다"면서 "잠이 안 오면 사무실로 돌아가라"고 자신의 성공 신화를 자랑하곤 했다. 

지난달 파산 직전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몇 억 달러를 기부했다"고 말하는 등 '효과적 이타주의'의 꿈도 이룬 듯했다. 올해부터 암호화폐 업계 불황이 찾아오며 흔들리는 기업엔 수억 달러의 구제 금융금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 신화는 거기까지였고, 이면에 가려져 있던 사기 행각은 순식간에 온 세상에 드러났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민사 고발을 당한 뒤 도주하다 지난 12일 바하마에서 체포된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뉴욕지검에 의해 형사 기소됐다. 

◇고객 예치금 사적 유용, FTX 설립 첫해부터 실행·계획했다 

뱅크먼프리드 사건은 지난달 미 의회 금융위원회에서 FTX 파산 관련 청문회를 준비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에 공개됐다. 당시만 해도 뱅크먼프리드는 호화 펜트하우스에 지내면서 금융위 출석을 예정하고 있었다.

FTX는 미 중간선거 당일인 11월 8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었다.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 인수 사실이 알려지며 중단되는 듯했던 예금 인출은 이후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의 초기 제안 철회 결정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바이낸스 측은 "FTX가 고객 자금을 잘못 운용하고 미 연방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의혹이 보도로 제기된 데 따라 결정을 번복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하루 뒤 FTX는 파산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FTX는 암호화폐 시장 악화에 따라 몰락한 여느 거래소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뉴욕지검이 작성한 공소장은 뱅크먼프리드의 사업이 '처음부터', '모두' 사기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입수한 공소장에는 그가 'FTX 설립 첫해인 2019년부터 지난달 파산 직전까지 고객 예치금을 알라메다 리서치 부채 상환 등 목적으로 사적 유용하는 것을 실행 또는 계획해왔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정치헌금 관련 연방규정 위반 모의 사실도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번 11·8 미 중간선거에 거의 4000만 달러(약 546억 원)를 기부, 상위 6위 후원자였는데, 이제 그 돈을 받은 의원들이 반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미 온라인 뉴스사이트 복스(VOX)는 전했다. 

그는 대표적인 민주당 후원자로 꼽히지만, 은밀하게 공화당에도 거액을 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어쩌면 '명석한 두뇌'를 가진 뱅크먼프리드의 내면에는 '다소 뒤틀린 윤리 의식'이 자리하고 있었을 수 있다.

복스에 따르면 FTX 파산 이휴 퓨처 퍼펙트 기자 켈시 파이퍼는 뱅크먼프리드와 트위터 쪽지(DirectMessage)로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는 당시 '평소 언론에 밝혔던 옳고 그름과는 다소 모순돼 보이는 냉소적인 윤리적 견해'를 보였다고 한다.

당시 뱅크먼프리드는 "사람의 미덕(virtue)은 대개 '인식'"이라며 "누군가 위너(승자)로 보이는지 루저(승자)로 보이는지 만큼이나 덕스럽게 (보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은 인식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하고 다니는데, 그렇지 않다. 최근 10년대 가장 위대한 영웅 중에는 결코 알려지지 않을 사람들도 있고,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사람들 중에는 원래 그냥 가짜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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