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장기화에 멀어지는 원유도입선 다변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줄어…중동산 원유 비중 50%→70% 올라

美원유 도입 늘었지만 기간·운임 한계…"중동 의존 심화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정유업계의 원유 도입 다변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인데, 대체재인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오히려 줄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체 수입 원유 중 중동유(중동산 원유)는 66.6%로 집계됐다.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위해 중동유 비중을 낮춰왔다. 이에 따라 중동유 비중은 2017년 81.7%에서 지난해 59.8%로 20%p 이상 낮아졌다. 중동유 비중이 60% 이하를 기록한 것은 1986년 이후 35년 만이었다.

정유업계가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것은 특정 지역에 수입이 편중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수급 불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하면서 발생한 두차례 오일쇼크로 원유 가격이 폭등하며 한국은 물가상승률이 20%가 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비중동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의 수입비용 일부를 환급해주는 '원유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통해 정유업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동유의 대체재인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줄면서 다시 중동산 원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0217000배럴로 전년 동기(45483000배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해 10월까지 러시아산 원유 비중 역시 전체 수입 원유의 2.3%로 전년 동기(5.7%)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이라크, 오만, 중동중립지대 등 중동산 원유 수입량은 5억77895000배럴로 전년 동기(4억65389000배럴) 대비 24.2% 늘었다. 비중은 58.7%에서 67.1%로 상승했다.

10월에는 미국산 원유 비중이 16.3%로, 전월(8.3%)보다 늘며 중동유를 대체했지만 미국산 원유 수입량 확대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미국산 원유는 중동산 원유보다 운송 거리가 길어 기간이 더 걸리고 그에 따른 운송비, 보험료가 높기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는 국내 도입까지 3~4주 걸리는데, 미국산 원유는 이보다 3주 가량 더 소요되고, 운임은 배럴당 2~3달러 비싼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에도 중동산 원유 의존도 심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계속되고, 러시아산 원유에 유럽연합 등 국가들이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원유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며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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