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리카 서밋 앞두고 72조 선물보따리…中 "기대에도 못 미칠것"
- 22-12-13
러시아·중국·튀르키예·UAE 등 강대국들 '러브콜'…전략경쟁 각축장 된 아프리카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시간으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미-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신흥 강자로 부상하면서 아프리카는 강대국들의 '러브콜'을 받는 외교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러시아와 튀르키예(터키) 같은 옛 강대국,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석유 부국, '영원한 제국' 유럽도 손을 내밀어 왔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과 신흥 강대국 간 '신(新) 냉전' 기조가 완연한 국제무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사로잡기 위해 어떤 선물보따리를 풀어낼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백악관, 3년간 550달러 지원 약속
아프리카타임스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아프리카에 550억 달러(약 72조 원)를 지원한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연합(AU)의 어젠다 2063 비전' 관련 세션을 이끌고, 미국이 아프리카의 개발 파트너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밝힐 것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아프리카의 목소리와 아프리카의 우선순위를 높일 것"이라면서 이번 정상회의가 아프리카 대륙 내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미-아프리카 정상회담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아프리카와의 관계 강화를 위해 2014년 처음 개최했지만, 이후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어지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은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좁혀 지난해에는 양자 교역액이 사상 최고치인 2610억 달러(약 340조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아프리카의 교역액은 640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의 세계 무역 중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이번 정상회의 개최는 바이든 정부 들어 다시 아프리카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회복·강화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 언론들마저 이미 강력해진 아프리카 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中에 뒤처진 美 영향력…회복 어렵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은 이번 회의에 최고위급 회의, 새 이니셔티브 및 비즈니스 거래, 갈라 디너가 포함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제 외국의 구애에 익숙해진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워싱턴은 중·러·튀르키예·프랑스·일본·유럽연합(EU)이 개최하는 아프리카 정상회담 '순회'의 한 정거장쯤밖에 안 된다"고 평했다.
미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접근법부터 뒤처진다는 게 NYT의 지적이다. 무리티 무티가 국제위기그룹 아프리카국장은 "미국은 전통적으로 아흐리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지만, 다른 경쟁국들은 아프리카를 '기회의 장소'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들이 앞서는 것"이라면서 "이번 회의로 미국의 접근법이 바뀔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앞서는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러시아는 아프리카 대륙 최대 무기상이자, 용병 '바그너 그룹'을 활용해 아프리카 각국의 정권 위기 때 그들을 지원하는 대가로 광물을 획득해 왔다고 NYT는 짚었다. 튀르키예는 소말리아 같은 분쟁지역에서도 공항과 모스크, 병원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UAE도 홍해에 항구를 짓고 에티오피아에 무장 드론을 공급했다.
아프리카는 2050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적 거대 시장이 될 전망이자, 미래 전기차 시장에 동력이 될 엄청난 양의 희토류 공급처다. 케냐 같은 나라는 기술이 날로 번창, 혁신과 저렴한 소프트웨이 인재의 원천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부유한 서구 국가와 아프리카의 관계 분위기는 전환됐다고 NYT는 짚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지난 8월 "아프리카는 주요한 지정학적 세력이 됐다"며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리카 정상들과 △디지털 경제 및 지역 간 비즈니스 거래 활성화 이니셔티브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 20개국(G2) 등 국제무대에서의 아프리카 의석 확대 △우주 기술 협력 △기후변화·농업·안보 및 불법조업 등 관련 기술 협력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 외교협회(CFR) 아프리카연구 선임펠로우 미셸 가빈은 "모든 것을 우선시한다는 건 아무것도 우선시하지 않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고 싶은 게 아니다. 그들은 부채 탕금을 원하고 '손실과 피해'(보상)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사흘 간의 정상회의 기간 바이든 대통령과 아프리카 각국 정상 간 개별 양자회담 일정이 공개된 사실이 없는 점을 꼬집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에 개발 요구를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진정으로 이들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인프라 개발 관련 자체 제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이 아프리카에 먼저 했던 지원 약속들도 이행하지 않는 데다 현재 인프라 구축 관련 아프리카의 막대한 수요를 고려하면 아프리카 측에선 미국에 거의 기대하는 바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분석했다.
그러면서 "많은 아프리카 학자들 사이에선 미국이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에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게 아니라 대륙의 지정학적 전략에 봉사할 뿐이며,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은 아프리카를 더 낫게 만드는 게 아니라 미국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란 비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회의에 모든 아프리카 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건 아니다. 백악관들은 최근 쿠데타로 AU 내 회원국 자격이 정지된 △부르키나파소 △말리 △기니 정상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에리트레아도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아 제외됐다. 나머지 각국 정상들 외에 무사 파키 마하마드 AU 집행위원장이 참석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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