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120만명 숨지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WHO "증가세 우려"

'글로벌 항생제 내성·사용 감시시스템' 발표

"일부 박테리아, 치료 가능한 항생제 없어"…새 항생제 개발 더뎌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일부 세균은 이미 어떤 항생제로도 관리가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의학계에 따르면 WHO는 지난 9일 발표한 '글로벌 항생제 내성·사용 감시시스템'(글라스·GLASS)을 통해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이나 '아시네토박터균'(Acinetobacter spp.) 등 혈류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들이 이미 50%가 넘는 높은 내성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글라스는 지난 2017년 이후 항생제 내성(AMR) 추세와 항생제 소비 등을 분석해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20년 기준 87개 국가에서 보고된 AMR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폐렴막대균(또는 폐렴간균)이나 아시네토박터균 같은 박테리아는 항균 범위가 넓은 항생제 계열인 '카바페넴'을 사용해 치료한다. 하지만 WHO는 이미 폐렴막대균 감염으로 인한 혈류감염 환자 중 약 8%는 카바페넴에도 내성이 생겨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두 박테리아는 보고된 항생제 내성 사례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슈퍼 박테리아로 알려진 세균뿐 아니라 일부 다른 세균에서도 내성이 크게 늘었다. 성병을 일으키는 임질균(Neisseria gonorrhea) 중 약 60%도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경구용 항균제 중 하나인 '시프로플록사신'에 대한 내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대장균(E.coli)주 중 20% 이상이 1차 치료제인 '암피실린'이나 '코트리목사졸' 또는 2차 치료제로 쓰는 '플루오로퀴놀론' 모두에 내성이 있었다. 

WHO는 지난 4년간 세균 내성이 안정적으로 관리됐지만 저항성대장균, 살모넬라 등으로 인한 혈류감염, 저항성임질 등 일부 세균은 내성 비율이 최소 15% 넘게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AMR 증가가 코로나19 기간 중 늘어난 입원과 항생제 사용 증가로 인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항생제 개발은 아직 더딘 편이다. 들어가는 노력이나 비용에 비해 수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다국적제약사 MSD(머크앤컴퍼니)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화이자 등이다.

지난 10월에는 MSD의 차세대 항생제 '저박사'(성분 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국내에서 급여 목록에 올랐다. 2017년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지 5년만으로 경제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첫 항생제다.

GSK는 지난달 요로감염 치료를 위한 경구용 항생제 후보물질 '게포티다신'에 대한 임상3상 초기 결과를 공개했다. 2023년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지난 2021년 스페로 테라퓨틱스에서 차세대 폴리마이신 항생제 'SPR206'을 도입해 개발 중이다. 

한편 지난 1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127만명이 사망했다. 이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 또는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은 숫자이다. 또 같은 기간 항생제 내성이 사망 사례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무려 495만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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