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드론 허를 찔렀다…러 정교한 방공망에도 '군사 시설 취약'
- 22-12-07
WP "러 핵 폭격기 위치한 비행장 피격…방공망 한계점 드러나"
우크라, 최근 드론 개발에 역량 집중…"드론은 현대전 미래"
러시아가 본토 깊숙이 위치한 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를 두고 서방과 분석가들은 러시아가 왜 무인기 공격을 막는 데 실패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공군기지 무인기 공격에 대해 익명의 서방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2월 24일 개전 이래 러시아 내부의 가장 깊은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해 환호했지만, 책임을 인정하진 않았다. 어느 쪽도 이번 공격에 어떤 종류의 무기가 사용됐고, 누가 공격을 가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이번 공격에 대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5일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하면서 무인기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이륙했으며, 러시아에 잠입한 특수부대의 협력을 얻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군기지 공격에 어떤 무인기가 사용됐는지에 대해선 여러 추정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무인기는 터키제 공격형 TB2인데, 비행 거리가 약 150㎞로 이번 피격 사건이 발생한 라쟌과 사라토프 등에는 사용될 수 없다.
이와 관련, 러시아 국방부는 소련 시절 제작된 드론으로 공격받았다고 발표했는데, 전문가는 이를 근거로 Tu-141나 Tu-143 무인정찰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0년대 제작된 이 무인기는 원래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됐지만, 이번에는 폭발물을 탑재해 공격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방산업체인 우크로보론프롬은 지난달 신형 장거리 자폭 드론의 개발과 시험 비행을 마무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설명에 따르면 이 드론은 75kg의 탄두를 탑재하고 최대 1000㎞ 비행할 수 있다.
러시아가 피격당한 라쟌과 사라토프는 우크라이나에서 각각 480㎞, 720㎞ 떨어져 있는데,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공격이 가능한 거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아울러 6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의 군 비행장 연료 저장탱크가 드론 공격을 받았는데, 이 지역은 우크라이나 국경과 280㎞ 떨어져 있다.
군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을 두고 최근 러시아가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한 것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5일 공격받은 랴잔과 사라토프 비행장은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재래식 미사일과 나아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의 거점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버지니아의 연구 그룹 CNA 소속 군사 분석가인 사무엘 밴뎃은 WP에 "러시아는 많은 공중 자산과 정밀 유도 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건으로 러시아 방공망이 생각하는 것만큼 안전하거나 현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핵 억지력과 관련 있는 비행장이 공격받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동향을 감시하는 분쟁정보팀(Conflict Intelligence Team) 소속인 루슬란 레비예프는 "이는 러시아 국방부에 심각한 문제"라면서 "비행장에 대해서도 추가 방어 시스템이 없고,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분석가인 올레 즈다노우는 "러시아는 군사적 타격보다도 체면에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는 곧 서부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가 공격하지 못하는 영역이란 존재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러시아의 정교한 방공망이 이렇게 무력하게 뚫렸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분석가인 올렉산드르 무시옌코는 "이 무인기가 어떻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영토를 통과해 엄폐된 군사 기지의 전략 폭격기를 타격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방공망이 전략 비행장에 대한 보호를 보장하지 않으며,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친러시아 텔레그램 운영자인 라이바(Rybar)는 이번 피격 사건에 대해 "통상적인 방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면서 문제로 지적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러시아 내부에서 러시아군이나 푸틴 정권에 대한 비판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방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에 만약 드론 공격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라면, 이는 곧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대로 러시아 영토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봤다.
서방은 러시아가 이번 피격 사건을 계기로 전략 장거리 폭격기를 분산해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 본토의 군사 시설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에 큰 위협이며, 크렘린궁은 6일 푸틴 대통령이 안보 회의를 소집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가 국경 근처에서 드론을 활용해 공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폭발물을 실은 TU-143 무인정찰기를 이용해 러시아 남부 벨고로드와 쿠르스크 지역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수뇌부는 최근 몇 주 동안 무인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무인기가 현대 전쟁의 미래라며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우크로보론프롬의 총책임자인 유리 구세프는 러시아군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대응을 위해선 우크라이나군의 '비대칭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드론 개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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