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정점론 '무게'…이제는 침체 우려에 연준 피봇?

연착륙 혹은 침체 기로…고용보고서-FOMC 주목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 주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중시하는 인플레 지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예상을 하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자찬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인플레만 잡고 '연착륙'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물가 지표의 개선은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달 13~14일 열릴 연준 통화정책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집중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번 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발언한 만큼 시장은 다시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피봇(정책 전환, pivot) 기대감을 키운다. 

◇경기 연착륙 혹은 침체 '기로'

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했다.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지만, 당초 시장이 예상한 0.4%(전월 대비)보다는 상승폭이 낮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촉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냉각시키고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해설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2023년에도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임금 상승률을 능가해 많은 가계가 저축과 신용카드에 의존하고 있다"며 "제약적 통화정책이 미 경제를 불황으로 빠뜨릴 우려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경제정책 효과" 자화자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경제정책이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라고 자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7~9월 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며 "꾸준한 정책으로 인플레 해소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초기 신호'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미국인들에게 희소식이며 경제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 의회는 철도 노조 파업을 막기 위해 노사 합의안을 강제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키면서 공급망 위기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CNN은 전했다. 미 경제 순항 가능성을 시사하는 또 다른 신호다.

일단 연준이 이달 0.5%포인트(p), 내년 2월 0.5%P 인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내년 어느 시점으로 예상되던 '속도 조절' 시기가 빨리 올 수 있다는 기대도 시장에서는 번지고 있다.

◇시장, 연준 '피봇' 기대감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롬바드오디에 자산운용의 주식담당 디디에 라바투는 이날 발표된 PCE 가격지수에 대해 "인플레이션의 심각한 요인 중 일부가 사라지고 있고, 식품과 가스 및 부동산 가격이 모두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지나간) 역사이고, 연준이 곧 피봇에 들어가 12월부터는 금리 인상 폭이 완화될 것이란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피봇 기대감은 지난달 30일 파월 연준 의장의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로 촉발했다는 평가가 있다. 해당 연설은 파월 의장이 이달 13~14일 FOMC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 주목을 받았다.

파월 의장은 이 자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시기가 이르면 12월 회의에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은 사흘 내리 하락세를 마감하고 2.7% 반등했다. 

 

◇"기업 가격결정력 약화"…디플레 걱정?

하지만 인플레 완화 지표들이 '연착륙' 신호라기보다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

이날 ING 보고서는 미 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이제 근원 PCE 디플레이터까지 가격압력 약화를 가리킨다며 "소비자는 여전히 돈을 쓰고 있지만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독립사업체연맹(NFIB)이 집계한 기업 가격 계획을 보면 향후 3개월간 제품 가격을 인상하려는 기업의 비율이 최근 들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ING는 "수요 감소와 재고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근원 PCE 디플레이터가 1분기 말이면 3%까지 내려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연준의 목표 금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가격 결정력 약화는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하락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 11월 고용보고서 주목  

그간 미 경제 호황 신호로 해석됐던 노동시장 강세도 꺾였다고 CNN은 전했다.

노동통계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월간 일자리·노동이직조사(JOLTS)에 따르면 10월 가용 일자리는 1030만 개로 9월 1070만 개보다 줄었다.

9월에는 구직자 1명당 약 1.9개의 일자리가 있었다면, 10월에는 구직자당 약 1.7개로 감소세를 보였다.

파월 연준 의장 역시 노동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일 "구직자들이 돌아와 가용 일자리와 구직자 사이 불균형이 해결될 것이라고 더 이상 낙관하지 않는다"며 "은퇴가 과도하게 늘어 350만 곳 중 200만여 곳이 노동력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뱅크레이트 수석애널리스트 마크 햄릭은 "노동력 수급 불일치는 늘 연준의 인플레 극복과 신뢰 회복 노력에 있어 골칫거리였다"고 해설했다. 11월 일자리 보고서는 미 동부 시간으로 2일 오전 예정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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