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스승과 한국 제자들 55년 만에 감동의 재회
- 22-11-27
민학균 전 시애틀한인회장, 1960년대 가르쳤던 진도금성초등학교 제자들 만나
언론인 출신의 제자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블로그 글 통해 만남 성사돼
60대 후반의 제자들 23명 모여, 민 회장에게 금으로 된 감사패 전달해‘감동’
민 회장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감동에 감사하다”며 눈물 흘려
시애틀의 스승과 한국의 제자들이 55년만에 감동의 재회를 했다.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 회장은 물론 시애틀한인회장을 지낸 민학균 전 회장이 주인공이다. 민 회장은 한국시간으로 24일 밤 서울 세종로 한 한정식 집에서 제자 23명과 만남을 가졌다. 1946년생으로 올해 나이 76세인 민 회장이 이날 만난 제자들은 자신이 1966~1967년 가르쳤던 전남 진도금성초등학교 1회 졸업생들이었다. 이들이 대체로 1955년생들이고, 과거 초등학교를 늦게 가는 경우도 허다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60대 후반들이다.
20대 초반 풋풋했던 청년 스승은 어느덧 8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고, 10대 초반의 어렸던 제자들은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초로의 시니어들로 변한 모습이었다.
제자들은 마치 초등학교 학생들로 돌아간 듯 기뻐하면서 돈이 없어 내지 못한 제자의 육성회비를 대신 내줬던, 가난한 가정 형편때문에 중학교를 가지 못한 제자를 도회지로 취업시켜줬던 '참 스승'의 표상인 민 회장에게 금으로 된 감사패를 전달하며 글썽였다.
감사패에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민학균 은사님, 20대의 멋진 청년이었던 은사님은 사랑으로 바르게 밝게 큰 사람이 되라고 지도해주셨고, 코흘리개 제자들은 삶의 현장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며 감사와 사랑, 존경을 표했다.
민 회장도 "다들 훌륭하게 자라줘 감사하다"면서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감동이자 기쁨이고 보람”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민 회장과 제자들이 55년만에 재회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사장과 먼저 연락이 닿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일보 경제부장과 논설위원, 한국경제TV 보도본부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의 이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대변인을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는 ‘노무현학교’ 교장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시절 주 로마교황청 대사에 이어 한국방송광고진흥공(KOBACO) 사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이 사장은 과거 자신의 출신 배경과 활동 등을 담은 소셜미디어인 네이버 블로그(Blog)를 하면서 초등학교 시절 은사였던 민 회장의 기억을 적어놨다.
목포교대를 갓 졸업한 민 회장은 첫 부임지로 당시 분교에서 정식 학교로 승격된 진도금성국민학교(현 진도금성초등학교)로 부임해 6학년1반 담임을 맡았었다.
민 회장은 첫 부임지인 이 학교에서 자신의 제자들을 그야말로 사랑으로 가르쳤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은 시골에서 저녁이면 남포불을 켜놓고 제자들에게 특별 과외를 해줬고, 토요일이면 제자들과 저수지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 직접 음식을 해주기도 했다. 이 사장은 “당시 민 선생님이 가난하고 못먹는 아이들의 영양을 생각해 물고기를 잡아서 음식을 해줬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민 회장은 주말이면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가 맛있는 과자나 라면 등을 한보따리 사와서 제자들과 나눠 먹곤 했다.
이 사장은 “한국에서 라면이 1963년 처음으로 나왔는데 민 선생님이 가져온 라면을 1966년에 처음으로 먹어봤다”며 “민 선생님이 경희대 편입 등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떠났을 때 제자들이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이 사장이 이처럼 가난하고 힘들었던 어렸을 적 학창시절과 민 회장에 대한 기억을 감동적인 내용으로 블로그에 담아놨다.
서울로 올라가 경희대에 편입했던 민 회장은 한국 군복무를 마치고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됐다.
이민 이후 미국 군으로 다시 복무를 한 뒤 우체국 근무를 하고 부인인 민로사씨 등과 함께 모텔 사업 등을 하면서도 한인 커뮤니티 봉사로 그야말로 바쁜 이민생활을 해와 초등학교 교사 시절을 제대로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던 2010년대 중반 어느 날, 혹시나 한국에서 활동했던 기록들이 혹시라도 있을지 몰라 네이버 검색 창에 ‘민학균’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쳐서 검색을 해봤다.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초등학교 교사 시절에 대한 기록을 감동적으로 적어놓고 자신의 사진까지 첨부해놓은 이 사장의 글을 찾은 것이다.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았던 50여년 전의 기록들이 소중하게 담겨 있었던 것이다.
민 회장은 곧바로 글을 쓴 이 사장을 알만한 시애틀지역 한인 언론인에게 전화 연락을 하면서 연결 고리를 찾아냈다.
민 회장은 이후 제자인 이 사장과 연락을 취하며 만날 날을 기약했지만 그동안 코로나팬데믹 등으로 한국 방문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다 이 사장이 그 사이 가톨릭신학대 진학에다 로마 교황청 대사로 근무하면서 만나지 못했다.
미리 제자들과 약속을 한 뒤 이번에 부인 민로사씨와 함께 한국을 찾은 민 회장은 이 사장과 역시 제자인 이용대 변호사를 먼저 만나 식사를 한 뒤 이번 전체 모임을 약속해 55년만에 제자들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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