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리스 필리핀 방문…대만 인근에 미군기지 추가 마련 협의 주목
- 22-11-22
"남중국해서 필리핀 선박 등 공격 받을 경우 '흔들림 없는' 방어 약속"…中 견제
방위협력증진협정(EDCA) 강화…순환배치 미군 전용기지 기존 5곳서 확대할 듯
필리핀을 방문 중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흔들림 없는 방어 약속'을 재확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대나 선박, 항공기가 공격받으면 미국은 이를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필리핀과 영유권 갈등을 빚는 중국을 견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올해 6월 취임한 마르코스 새 정부와 방위협력증진협정(EDCA) 강화를 추진 중이다. 순환 배치 방식으로 미군 주둔을 허용하는 EDCA 강화의 핵심은 주둔 기지를 늘리는 것인데, 이 중엔 필리핀과 중국 간 영토 분쟁 지역인 팔라완 섬은 물론, 대만과 가까운 카가얀 주(州)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이 추진 중인 현안대로 EDCA 강화 합의가 이뤄질 경우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긴장은 고조될 전망이다. 남중국해는 역내 영향력 강화를 꾀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간 전략 갈등의 핵심 발화 지점으로 꼽힌다.
◇美, '대만 관련' 中 대항해 필리핀과의 관계 복원 시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마닐라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 "우리는 남중국해 관련 국제 규칙과 규범을 옹호한다"며 "필리핀 군과 선박,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은 미국의 상호 방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재확인한 상호 방어는 1951년 맺어 1955년 발효한 '마닐라 조약(동남아시아집단방위조약·SACDT)'에 기초한다. 동남아 지역 공산화를 막기 위해 미국과 필리핀을 포함한 8개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갖는 근거가 됐지만, 베트남전 종전 이후 시들해져 1977년 해산했다.
미국에 있어 냉전 종식 이후 동남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배경은 단연, 최근 남중국해에서 영향력 강화를 꾀하는 중국의 부상이다. 특히 대만을 둘러싸고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남중국해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필리핀의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아울러 마르코스 새 정부와 관계를 좁혀 옛 식민지 필리핀에서 미국의 존재감을 재건하려는 노력의 신호도 있다고 VOA는 전했다. 미국과 필리핀 관계는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의 친중 행보로 한껏 소원해진 터다.
이날 마르코스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미국 없는 필리핀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1986년 '피플 파워' 민주화 혁명으로 쫓겨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부친 마르코스의 하와이 망명을 도운 바 있다.
◇필리핀과 관계 복원해 남중국해 대만 최근접지서 中 견제할 듯
사흘간 이뤄지는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필리핀 방문 핵심 일정은 팔라완 등 필리핀과 중국 간 영토 분쟁 지역을 두루 방문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2016년 국제사법재판소가 내린 중국의 영유권 주장 무효 판결 지지 입장을 강조하고, '주권, 영토 보전, 항행의 자유' 원칙 관련 연설할 예정이라고 미 정부 한 당국자는 귀띔했다.
아울러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방문 기간 EDCA 강화 차원에서 추진 중인 추가 미군기지 마련과 관련, 다른 후보지들을 잇달아 방문할지도 주목된다.
EDCA는 미군이 상호 합의된 필리핀 군사기지에서 인도주의적 목적 또는 해상안보작전을 위해 선박과 항공기를 순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주둔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합의다.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협정이 체결, 2016년 수빅, 클라크, 팔라완 등에 8곳의 임시기지가 건설됐고 이 중 5곳이 미군 전용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마르코스 새 정부에 EDCA 부지를 추가 마련하는 안을 제안한 상황이며, 기존 부지 5곳에서도 추가 사업 21개를 완료하는 명목으로 8200만 달러를 할당해뒀다고 미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렇게 미군이 추가로 사용할 군사기지가 위치할 지역으로는 필리핀과 중국 간 분쟁 수역인 팔라완 섬에 더해, 필리핀 영토 중 대만과 가장 가까운 루손섬의 카가얀 주와 잠발레스 주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中, 예의주시…남중국해 미상 부유물 강제 회수 소동도
중국은 스스로 '앞마당'으로 여기는 남중국해에서의 이 같은 미국의 행보를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해군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마닐라로 입국한 지난 20일 남중국해 필리핀 수역에선 정체불명의 부유물이 확인됐다. 무슨 물질인지 확인하기 위해 예안하던 중, 갑자기 중국 해안경비함이 접근해 연결선을 강제로 절단해 회수해가버렸다는 게 필리핀 해군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익일(21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물체는 중국이 발사한 우주선의 노즈콘을 보호하는 로켓의 페이로드 페어링 또는 케이싱 잔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리핀 측에서 먼저 부유물을 견인하던 중 양측이 현장에서 우호적인 협상을 한 끝에 물체를 우리 측에 넘겨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외교부는 이번 사건 관련 철저한 검토를 할 것이며 해양법 집행 기관들의 상세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티투섬(파가사) 인근으로, 티투섬은 중국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 건설한 7개 인공섬 중 하나인 수비 산호초와 가까이 위치해 있다. 중국은 이들 인공섬에 지대공 미사일 등의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일대는 중국과 필리핀,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6개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이다. 중국어로는 난사군도, 필리핀은 칼라얀군도, 베트남 쯔엉사군도 등으로도 불린다.
티투섬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70여개 암초 중 필리핀이 차지한 9개 중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로 꼽히기도 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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