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배종덕 목사] 천국 운동의 선수들
- 22-11-21
배종덕 목사(벨뷰 한인장로교회 담임)
천국 운동의 선수들
누가복음 6:12-26
제가 중학교를 다닐 때쯤 우리는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우유팩 차기를 했습니다. 까까머리에 까만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새까맣게 섞여서 팩차기를 합니다. 그러다가 반 대항 시합이라도 붙으면 기술도 별반 필요치 않은 경기에 나름대로 선수들을 뽑아 내보냅니다.
예수님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나님의 백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미래의 이스라엘을 위해 새로운 규칙을 내세우는 사람들, 새로운 폭력 혁명의 음모를 품은 사람들, 헤롯의 매국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친로마 성향의 대제사장들, 철저한 율법준수로 종교적 투쟁에 나선 사람들, 혹은 광야로 물러나 은밀하게 기도하자고 제안하는
사람들, 각종 ‘하나님의 백성에 이르는 길’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한 운동장에 뒤섞여 각자 자기 나름대로의 경기를 펼치는 혼잡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예수님은 제자 열 두 명을 선발합니다. 수천년 열 두 지파 연합의 문화 속에 살아온 사람들에게 열 두 제자는 누가 보더라도 이스라엘의 대표였습니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그들은 하나님께서 이제부터 하시려는 일의 핵심이자 출발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선발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요?
여기서 소개된 4복4화는 당시 청중들에게는 신명기 28장의 말씀을 상기하게 되는 말씀이었을 겁니다. 신명기 28장에는 율법에 순종한 이들에게 주시는 ‘축복’ 목록과 불순종한 이들에게 주시는 ‘저주’ 목록이 길게 나옵니다. 축복과 저주를 가르는 기준은 순종입니다. 순종은 믿음의 표현이며 결과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강조하는 ‘축복’은 겉으로 보기에는
‘기복’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복’의 모형이며 약속입니다.
그들은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다가 해방을 맞았고, 광야에서 유랑생활을 하면서 하루 하루 먹을 양식과 마실 물을 걱정하는 가난한 사람들이었으며, 가나안 약속의 땅에 정착하기까지 미래에 대해 불안했던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눅4:18). 예수님의 천국 복음은 오랜 세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 우는 사람, 미움 받는 사람, 그들은 실로 천국에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가난과 굶주림 자체에 무슨 미덕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은 가난한 자, 굶주린 자, 우는 자, 미움 받는 자, 병든 자의 옷을 입고 찾아오는 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천국 운동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가 다양한 사상과 인생계획을 즐기는 그곳, 성공적인 인생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진지하게 시험하고 있지만 대개 반쪽짜리 성공만 거두는 그곳, 성공의 뒤안길에서 홀로 남아 불안해하는 그곳, 우리 인생의 그곳에서 천국의 복은 시작될 겁니다.
말씀들이 지향하는 곳은 하나님 자신입니다. 율법의 조항들이나 산상수훈의 교훈들은 우리를 우리 내면의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도하는 지도입니다. 최악의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일들, 말도 안되는 너그러움을 실천하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지성소를 찾아갑니다.
그 길은 좁은 길이며, 가난한 자의 허름한 옷가지들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굶주린 자들의 빈 밥그릇으로 표식을 해두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애통하는 자들의 통곡 소리가 방향을 가르쳐주고, 그 길은 욕하고 빈정대는 소리들이 들려오는 곳입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다면 우리는 천국에 아주 가까이 이르러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를 배우기에는 부자보다는 빈자의 위치가 더 낫습니다. 나의 강함 보다는 나의 약함이, 건강할 때보다는 병들었을 때 하나님 나라와 가깝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욕을 먹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기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지금이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의 고귀한 영광과 강력한 권세가 이미 아주 가까이에 와있음을 믿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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