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 3시간 대좌, 긴장 완화에 기여…'정면충돌' 위험은 여전
- 22-11-15
"바이든-시진핑 첫 대면, 갈등 '돌파구'라기보단 '유지보수'"
"'서로 때리기'에서 대화 가능한 외교적 관계로 사전 정지 작업" 평가
미·소 냉전 종식 이래 가장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정상이 글로벌 안보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 마주 앉았다.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전야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정상회담은 3시간 동안 많은 말이 오갔지만 가시적인 합의 없이 종료했다.
이번 회담은 작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미·중간 첫 직접 대면으로 주목받았다. 그사이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베이 방문으로 인한 대만해협 위기가 있었다.
세계가 '신(新) 냉전'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되는 현 국제안보상황에서 패권 경쟁의 양축 미·중 정상 대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돌파구'라기보단 '유지보수'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이렇다 할 합의는 없지만, 양강이 서로 '때리기'에서 적어도 대화가 가능한 외교관계로 전환, '최악의 충돌'을 막는다는 목적 차원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계기였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신냉전 없어야"…시진핑 "국제질서 도전 안 해"
AFP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미·중 간 달아오른 온도를 낮추려 했지만, 보다 심도 있는 긴장 완화를 기대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으로 세계는 좀 더 편하게 숨 쉴 수 있게 됐다"면서도 "두 21세기 초강대국은 여전히 충돌 과정에 있다"고 평했다.
미·중 전략경쟁으로 촉발한 국제 안보 불안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양강 사이에 신 냉전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했고, 시 주석도 "중국이 국제질서에 도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4년여 만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란 백악관 발표가 전해진 것도 어느 정도 고무적이다.
미 안보 관련 비영리 조직 '스팀슨 센터'의 중국 담당 윤선은 AFP에 "바이든이 안심 어린 메시지를 보냈고 중국의 화답도 긍정적인 빛이 났다"며 "그 자체로 양측의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윤선은 두 정상이 최악의 시나리오인 충돌을 피하자는 데는 공감했지만, '보다 안정적인 관계'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기적적으로 미중 관계를 구해내 더 나은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려면, 좀 더 구체적인 행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윌슨센터의 루이 종은 이번 정상회담을 '유지 작업' 정도라고 표현했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도 결국 '돌파구'라기보다는 '물장난'에 치중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봤다.
그는 "시 주석은 역내 안정감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중국의 성장과 영향력 행사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오랜 우려 사안이었기 때문"이라며 "시 주석이 바이든을 마주할 때 지나치게 차갑고 융통성 없는 모습을 보여봤자 아무것도 얻을 게 없다"고 말했다.
◇'안정적 관계' 필요성 공감…그 정의 두고는 동상이몽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며 양측이 정한 우선순위가 달랐다는 점은 사후 각 정부가 발표한 회담 결과에도 드러난다.
바이든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억제와 중국의 대러 무기 지원 저지였다. 백악관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내 핵무기 사용 또는 위협 반대'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중국 정부 성명에선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미·중은 서로 상대방의 의도에 깊은 의심을 품고 있다고 로이터는 관측했다.
바이든 미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미국의 우위에 도전할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하고, 신기술 등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미국 주도로 짜인 현 국제질서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고 했지만, 중국이 1980년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즉, 때가 되면 '발톱'을 드러낼 것이란 의미다.
발톱을 드러낼 '기회'를 중국은 최근 포착했던 듯하다. 이번 회담에도 배석한 미 행정부 중국 고문 러시 도시는 "시 주석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등장,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명된 '서구의 쇠퇴'에서 역사적 기회를 찾았다"고 2019년 저서에 기술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2013년 그의 집권기 두드러진 중국의 부상과 세계질서에 대한 도전, 미국과의 갈등 경향이 계속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대만 이견 지속…충돌 발화점
미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수 있는 '잠재적 충돌 발화점'은 단연 대만이다. 중국은 대만을 '언젠가 통일해야 할 영토'로 보고 미국의 대만 지원을 '내정 간섭'으로 간주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시 주석의 대만 침공이 임박하진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시 주석은 미국의 대만 독립 지지 가능성을 재차 경고했다.
올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타이베이 방문으로 일촉즉발까지 차올랐던 대만해협 위기는 11·8 중간선거에 따라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케빈 매카시 공화당 의원의 대만 방문 예고로 다시 불붙고 있다.
◇美, 70년대 中과 관계 좁혀 러 끌어들인 외교 전략, 지금도 유효
미국은 1972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대만과 단교했다. 미·소 냉전이 한창이었던 만큼 대중 유화책으로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벌리려는 전략에서였다.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역학 관계가 역전됐지만, 지금 상황도 그렇게 다르진 않다고 CNN은 짚었다.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날 튀르키예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정보수장 간 비공개 회담이 진행됐다. 주 목적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데 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미 백악관은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이 '핵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고 절대 이길 수도 없다'는 데 대해 공감하고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에 대한 반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바이든-시진핑 회담에서 중국 측이 러시아를 향해 '핵 사용 자제' 메시지를 던져줬다는 건 미국의 입장에선 '외교적 승리'가 될 수 있다고 CNN은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을 출발하기 전에도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러시아 자체에 대해 그렇게 큰 존경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취지의 언급을 흘렸었다.
◇우크라 핵무기 사용 반대·기후변화 대응 필요성 공감은 성과
우크라이나에서의 핵무기 사용 반대에 더해 미중 양측이 공동 입장을 보인 부분은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이다.
이는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북한 미사일·핵 활동 관련 '책임있는 행동'도 촉구했다.
어쨌든 이번 회담 이후 양측의 공개 성명은 "적어도 양측이 미중 경쟁의 중요한 본질을 인식하고 있으며, 아직은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하고 싶어한다는 기본적인 토대를 나타낸다"고 CNN은 총평했다.
매체는 "위기 상황에서 정상 간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며, 양측은 더 많은 대화를 정기적으로 재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비서실장, 미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역임하며 수십 년간 미·중관계를 연구해온 레온 패네타는 CNN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 결과를 양측이 서로를 때리는 대신, 상대방이 처리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보다 외교적인 차원에서의 관계 회복 차원에서 본다면, 이번 회담은 매우 중추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모든 분석에도 불구,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중은 현재로선 충돌을 피하고 싶어하지만, 중국은 아시아에서 그리고 잠재적으론 세계적인 강대국이 되길 원하며 미국도 마찬가지로, 양국의 목표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고 CNN은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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