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
- 22-11-13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
10월 말 이태원 사건으로 젊은이들이 156명이나 희생돼 온 나라가 고통 가운데 빠져 비통해 하고 있지만, 시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또다시 새로운 달 11월을 우리들에게 내밀어 놓았습니다.
미국에서 11월은 최고의 감사를 누리는 감사의 달입니다.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먼저 이 땅에 살아있음에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죽음보다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로 20살의 아들을 잃은 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스티브 블레시는 아들을 잃은 고통을 한 마디로 표현해 “1억 번을 찔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둘째 아들이었던 스티븐은 조지아주 케네소 주립대 재학중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두 달 전 한국에 갔다고 합니다. 그랬던 스티븐은 중간고사를 끝내고 그의 친구들과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까지 하였을까요.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었던 다윗은 불행하게도 남도 아닌 친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엄청난 부끄러움과 고통을 받았습니다. 아들의 칼날을 피하여 왕궁에서 도망 나와 피난생활을 하여야 했으니 어찌 그 비참함을 이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다윗의 신복들이 반역자들을 제압하고 다시 왕궁으로 복귀를 하였으나 다윗은 아들 압살롬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그 아들은 자신을 배신하고 반역한, 있을 수 없는 파렴치하고 못난 아들이었지만 다윗은 그 아들을 잃고 말로 다할 수 없는 비통함에 빠졌습니다.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루로 올라가서 우니라 저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다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사무엘하18:33)
자식들로 인해 고통을 당하며 피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이 적잖이 많이 있습니다. 미래의 꿈도 없고 희망도 버린 채 술과 세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식도 있고, 평생토록 이민 와서 상상을 초월하는 고생을 하면서 안 쓰고 안먹으며 모아두었던 천금 같은 노후자금을 곶감 빼먹듯 탕진하며 대책없이 세월만 보내는 자식도 있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고 마시며 소중한 건강과 청춘을 낭비하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무자식 상팔자’라며 탄식하고 고통을 삼키며 가슴을 치는 부모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그 자식이 살아 곁에 있음에 감사드려야 합니다.
한국까지 유학을 보냈다가 죽었다는 뜻밖의 비보를 받고 1억 번이나 찔린 것 같은 고통을 당하는 부모님이나 비록 반역은 하였어도 그가 죽어 눈앞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차라리 네가 살고 내가 죽었으면…”하면서 통곡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그래도 살아 곁에 있는 것이 축복이요 감사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우리는 때때로 어리석고 미련해 매일매일 살아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 줄 착각하지만 사람이 죽는 길은 천 가지도 넘으니 언제 어디서 그 죽음이 닥쳐올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생명은 당연히 있는 것인 줄 알고 그보다 덜 귀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가슴을 열고 부모님이나 스승님,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으로 다가서며 “곁에 있어줘 감사합니다”고 인사라도 나눌 줄 아는 성숙한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부모님 장례식장에서 가장 서럽게 슬피 우는 자식이 생전에 가장 불효자였던 모습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돌아가신 후에 금비석을 세우지 말고 살아 생전에 김밥 한 줄이라도 대접하며 “나의 부모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드리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있음이 감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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