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는 알츠하이머도 진단 가능…"조기치료 길 찾았다"

1325명 42개월간 추적…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모두 발견시 발병률 20~40배

스웨덴 연구팀 "발병 수년전부터 진단…매우 초기 단계부터 약물 치료 가능"

 

뇌 안에 특정 단백질을 측정해 몇 년 뒤 알츠하이머 발병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 증상이 시작한 뒤에는 질병이 상당 부분 진행했을 가능성이 커 향후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어 이번 연구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룬드대학교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오스카 한센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임상시험을 통해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며 지난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알츠하이머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돼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밀로이드베타(Aβ)라는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거나 뇌세포 골격 유지에 중요 역할을 하는 타우(tau) 단백질이 쌓이면서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 섬유인 뉴런 내에서 물질 운반을 담당한다. 그러나 뉴런 얽힘이 발생하는데도 관여해 알츠하이머 질환 발병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Aβ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형성해 뇌와 뇌혈관 주위에서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타우와 Aβ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에 축적되며 이는 질병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년 전부터 발생한다.

연구팀은 "환자가 명확한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기 시작하면 이미 10~20년 전부터 뇌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타우 단백질이 퍼지기 시작해야 신경 세포가 죽고 인지장애를 경험하기 시작한다"며 "이것이 알츠하이머를 초기 단계에서 진단하기 매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스웨덴, 미국,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참가자 132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 전원 어떠한 인지장애도 없었다. 연구팀은 피험자에 뇌 PET 스캔(양전자단층촬영)을 진행해 참가자 뇌 내 타우·Aβ 여부를 확인한 뒤 평균 41.8개월 간 추적 관찰했다.

전체 참가자 중 843명은 Aβ와 타우 단백질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 328명은 Aβ 단백질은 발견됐으나 타우 단백질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120명은 Aβ와 타우 단백질 모두 발견됐다. 120명 중 55명은 중앙측두엽에서 타우 단백질이 발견됐으며 65명은 신피질 부위에서 타우 단백질이 발견됐다.

두 단백질이 모두 발견된 집단은 평균 연령이 높았으며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평균 점수가 더 낮았다. 보통 MMSE 검사가 30점 만점 중 24점 이하면 치매 이상소견으로 진단한다.

추적 관찰 결과, 두 단백질이 모두 발견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몇 년 뒤 치매에 걸릴 위험이 20~4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β와 타우 단백질 모두 없던 집단 중 3.3%가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 Aβ 단백질은 발견됐지만 타우 단백질은 없었던 집단에선 8.9%였다. 반면 Aβ와 타우 단백질 모두 발견된 집단에선 49%(측두엽에서 타우 발견), 53.3%(신피질에서 타우 발견)가 MCI 또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Aβ와 타우 단백질이 모두 뇌 내 존재한다면 더는 위험 요인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로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립선암도 생체검사를 진행해 암세포를 발견하면 환자에서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암으로 진단한다"고 덧붙였다.

한센 교수는 최근 다국적제약사 바이오젠과 에자이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레카네맙'이 임상시험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공개했다며 "인지 문제가 나타나기 전에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면 이 약물을 사용해 매우 초기 단계부터 질병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적당한 신체활동과 좋은 영양섭취를 병행한다면 인지 장애를 예방하거나 늦출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규제기관과 레카네맙 승인신청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양사는 오는 2023년 3월까지 레카네맙에 대한 승인신청을 완료할 계획이다. 레카네맙은 임상3상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줄였다.

레카네맙 외에도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도나네맙'은 최근 임상2상에서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32% 늦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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