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일본인 3세 신세졌던 원주민들에 농장 싸게 넘겨줬다

와파토 농장주, 야카마 부족에 채소농장 ‘보은 매각’

매도가격은 시세보다 수백만달러 적은 1,200만달러 


일본인 이민자 가족이 인디언 원주민부족 영지 내에서 3대에 걸쳐 피땀 흘려 일궈온 비옥한 농장을 원주민들에게 보은 차원에서 헐값으로 양도해 한 세기 이상 이어져온 두 인종그룹간 우애를 뜨겁게 발현시켰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와파토 인근 야카마 원주민 보호지에서 ‘이나바 채소농장’을 운영해온 론 이나바(67)는 은퇴를 앞두고 1,600 에이커의 방대한 농장을 대를 이어 운영하려는 자녀가 없자 장고 끝에 이를 야카마 자치정부에 넘겼다. 매도가격은 시세보다 수백만달러 적은 1,200만달러였다.

이나바는 야카마 부족이 자신의 가족과 조상들은 물론 인근 일본계 커뮤니티에 수십년에 걸쳐 큰 은혜를 끼쳤다며 농장을 경매에 붙였더라면 훨씬 높은 가격에 처분할 수 있었지만 “우리 가족이 원주민 부족에게 빚진 은혜를 갚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나바의 조부가 1907년 와파토에 이민 왔을 때는 야카마 부족이 이미 1,000만 에이커 이상의 영토를 연방정부에 빼앗긴지 반세기가 지난 시점이었다. 부족은 조부의 가족에게 박토 한 뙈기를 임대해줘 정착하도록 도왔다. 그 후 30여년간 일본인 1,200여명이 이 지역에 정착해 일본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하지만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폭격 이후 이나바 가족 등 일본인들은 와이오밍주 오지의 수용소에  감금됐다. 이들 중 이나바 가족을 포함한 일부가 2년여 후 와파토로 귀환했을 때 농장은 피폐됐고 시내 곳곳에 ‘일본인 물러가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야카마 부족은 이 때도 이나바 가족의 재기를 적극 도왔다고 손자 론 이나바는 설명했다.

그는 다른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야카마 부족도 목축과 어업에 주로 종사하기 때문에 채소, 사과, 홉, 옥수수 등 농작물 재배에 익숙하지 않다며 자신이 2~3년간 더 머물면서 이들에게 농사요령을 전수해주기로 했다고 밝히고 “필요에 따라 더 오래 머무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나바는 원주민 부족에게 정말로 큰 은혜를 입었다며 “우리 집안은 이 땅에서 75년간 고생했지만 원주민 부족은 600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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