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인수설까지 뿌렸는데…30조원대 자산 사라진 30세 코인 갑부
- 22-11-11
[위기의 FTX] 샘 뱅크먼 프리드 CEO, '한 때 35조원' 자산 급감
'루나 사태' 이후 위기 기업에 인수 러브콜…'코인판 JP모건'의 추락
한 때 가상자산 업계 부자 순위 2위에 올랐던 샘 뱅크먼 프리드(SamBankman-Fried) FTX 최고경영자(CEO)가 위기에 몰렸다.
프리드 CEO는 지난 4월 포브스가 선정한 '암호화폐 억만장자' 순위에서 240억달러(약 33조원) 규모 자산으로 2위에 오른 인물이다.
올해 초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까지 인수하려 했던 그가 사흘 만에 자산 대부분을 잃게 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또 한 번 출렁이는 모습이다.
◇알라메다·FTX로 세운 'SBF 왕국', 사흘 만에 몰락
지난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리드 CEO의 자산은 사흘 동안 94% 이상 줄었다. 한 때 그는 260억달러(약 35조원)에 달하는 부를 거머쥐었지만, 이번 FTX의 자금난으로 그의 자산 대부분이 날아갔다. 지난 7일 FTX의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지 사흘 만이다.
1992년생, 만 30세 '젊은 창업가'인 프리드 CEO의 커리어는 지난 2017년 알라메다리서치를 창업하며 시작됐다. 알라메다리서치는 가상자산 전문 투자사이자 트레이딩 회사다.
사업 초기 알라메다리서치는 일본 시장의 프리미엄을 활용한 차익 거래로 수익을 내는 '아비트리지(Arbitrage)' 회사였다. 일본 시장 내 프리미엄이 줄고, 차익 거래 기회가 줄면서 알라메다리서치는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FTX는 알라메다리서치를 창업한 지 2년 뒤인 2019년에 생겼다. 프리드 CEO가 알라메다리서치에서 일궈낸 수익을 기반으로 FTX를 창업한 것이다. 현재는 여러 언론에서 알라메다리서치가 'FTX 관계사'로 보도되고 있으나, 알라메다리서치가 FTX의 기반인 셈이다.
알라메다리서치는 FTX만의 전용 마켓메이커이기도 했다. 초기 FTX가 유동성을 끌어모으는 데 알라메다리서치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다만 이에 대해선 FTX가 알라메다리서치의 '돼지저금통'이라는 조롱 섞인 비판도 꾸준히 제기됐다.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한 가상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FTX가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한 가상자산, 이른바 '알라메다 포트폴리오' 프로젝트들이 큰 수익률을 내면서 FTX도 더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 생긴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FTX는 한 때 세계 2위 거래소 자리까지 차지했다. 거래량이 주춤할 때도 세계 3~4위 자리는 늘 유지했다.
프리드 CEO는 이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이른바 'SBF 왕국'을 건설했다. 그와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을 키우며 업계 내에서 자체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다. 그의 포트폴리오를 따라 투자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솔라나(SOL)다. 프리드 CEO는 지난해 1월 "살 수 있는 만큼 많은 솔라나를 사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또 솔라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세럼' 등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를 직접 개발했다. 그의 지지를 얻은 솔라나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그의 몰락에 따라 솔라나(SOL) 가격도 한 주 동안 50% 넘게 급락한 상태다.
◇자산 대부분이 FTT…날아간 '코인판 JP모건'의 꿈
FTX의 성장을 이끈 또 하나의 주역은 FTT 토큰이다. FTX는 자체 거래소 토큰 FTT를 발행하고, 거래 수수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바이낸스가 바이낸스코인(BNB)을 기반으로 성장했듯, FTT도 큰 인기를 얻으며 FTX의 거래량 및 고객 수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프리드 CEO 자신도 자산의 대부분이 FTT였다는 점이다.
지난 7일 바이낸스가 FTT 보유량 전량을 매도하겠다고 밝히면서 FTT 가격은 날개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FTT 투자자들이 바이낸스를 따라 일제히 FTT를 매도했기 때문이다. 자산의 대부분이 FTT였던 프리드 CEO의 자산 규모도 바닥을 찍게 됐다.
자산 규모가 내려앉으면서 프리드 CEO가 목표했던 '암호화폐 업계 JP모건'의 꿈도 흐려지게 됐다. 프리드 CEO는 평소 "JP모건이 되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해왔으며, 여러 가상자산 기업에 인수 제안을 보내면서 업계에서도 '넥스트(다음) JP모건'으로 불렸다.
특히 그는 지난 5월 '루나 사태' 이후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게 인수 러브콜을 보내며 화제가 됐다. 루나 사태로 자금난에 처한 블록파이, 보이저 디지털, 셀시우스 등에 인수 제안을 보내거나 자금을 대줬다.
올해 초에는 국내 거래소인 빗썸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빗썸과는 4차례 계약서가 오갈 정도로 인수 협상이 상당히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번 자금난 때문에 빗썸과의 인수 협상이 엎질러진 것은 아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FTX가 빗썸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던 지난 7월 말에도 협상이 엎질러졌다는 게 업계 내 기정사실이었다"고 귀띔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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