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비명' 듣고도 뭉갰다…尹, 이상민 장관 경질 수순
- 22-11-02
경찰,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112 신고 11통 받고도 제대로 대응 안 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尹대통령, 이 장관에 대한 많은 이야기 듣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잇딴 신고에도 경찰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112 신고 기록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면서 경찰 지휘라인의 책임론이 치솟고 있다.
특히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를 관할하는 주무부처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경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고교(충암고)·대학(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로, 윤 대통령의 신임이 특히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이 이 장관 경질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전날(1일) 사고 당시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을 공개하면서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인 지난달 29일 오후 6시34분 사고 우려와 관련한 첫 신고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10번의 신고가 더 있었지만, 경찰은 4번만 현장에 출동했고 신고 지점 주변의 사람들을 해산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 녹취록 11건에는 '압사'라는 단어가 총 9차례 언급되며 긴박한 상황을 여실히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접수한 신고는 오후 10시11분인데, "야~(비명) 아~(비명), 이태원 뒷길요 이태원 뒷길"이라고 비명과 함께 다급한 목소리가 담겼다.
사고 발생 직후 정부에서는 '책임'보다는 사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기조가 짙었다.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모임에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다면서, 향후 이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장관도 이런 취지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정부의 책임 쪽으로 기울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확한 사고 원인 등 진상 규명이 있은 후에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겠다고 밝혔지만, 녹취록이 공개된 마당에 시간을 끄는 것은 윤 대통령과 정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지휘라인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사고를 보고 받은 직후부터 계속해서 상황을 진두지휘하고 연이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어 전날에는 경기 부천과 서울의 장례식장을 비공개로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는 성의를 보일 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 전날 국무회의 이전에 경찰의 늑장 대처를 확인한 후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명확한 잘못이 가려져야 조치를 취하나,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이를 고수하지는 않는다. 야당의 반대로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면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을 경질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는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리가 힘이 있으려면 우리 스스로에 대해 가혹해야 하는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에 관대해지는 순간, 힘과 저력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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