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생일 앞두고 숨진 호주女…"행인들 사진 찍고 웃더라" 친구 오열
- 22-11-01
"뒤로 가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아"
"이번 참사, 술 아닌 사전 예방·경찰력 부족 때문"
"친구가 죽어가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촬영하고 노래하며 웃는 모습을 봤습니다"
24살 생일을 앞두고 이태원 참사로 숨진 호주인 그레이스 래치드(23)의 친구 네이선 타베르니티(24)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같이 말하며 오열했다.
31일(현지시간) 호주9뉴스와 7뉴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친구를 잃은 그는 이번 참사가 술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사전 예방과 경찰력 부족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출신의 영화 제작자 그레이스는 타베르니티를 만나기 위해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은 다른 친구 2명과 함께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친구 2명도 현재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레이스가 숨을 쉴 수 없어 죽어가는 동안 현장에 있었던 그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다른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노래하고 웃는 모습을 봤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골목 뒤쪽에서 대규모 인파에 휩쓸렸고, 천천히 조여 오는 압박을 온몸으로 견디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선 채로 압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오전 광주 서구 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추모를 위한 합동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
타베르니티는 결고 술에 취한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며, 참사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숨 막히는 혼돈 속에서 친구 한 명이 숨을 쉴 수 없다고 고통스러워했다. 나는 친구를 구하고 싶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친구가 정신을 잃었을 때 그의 손을 꽉 잡았지만 맥박이 없었다"고 말했다.
타베르니티는 "우리는 '뒤로 가야 한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올 때까지 30분을 넘게 기다렸고 그레이스가 심폐소생술(CPR)을 받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타베르니티는 그레이스가 들것에 실려간 이후 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타베르니티는 "친구 곁에 있고 싶었지만 경찰이 저지했다. 숨진 친구가 들것에 실려 가는 것을 봤지만 이후부터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1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러 모인 외국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
참사 다음날 한남동에 마련된 실종신고센터를 찾아 눈물을 흘리는 타베르니티의 모습이 외신들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그레이스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는) 멋진 천사였다"며 "항상 미소로 주위를 밝혀준 아름다운 천사 그레이스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그레이스는 항상 다른 사람들을 배려했고, 그녀는 모두에게 사랑받았다"고 밝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30일 트위터에 "이 끔찍한 비극에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있는 모든 호주인들에 가족과 친구 등의 안부를 점검해달라 당부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이태원 참사로 숨진 이는 이날까지 1명이 늘어 총 156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외국인은 26명이다. 사망자의 국적은 이란 5명, 중국·러시아 각 4명, 미국·일본 각 2명, 프랑스·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베트남·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스리랑카 각 1명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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