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군중 통제 잘하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어쩌다" 의아한 시선

"정치·노동 집회와 달리 주최나 제한·허가 없어"

NYT "한국 경찰, 제한 없이 자발적인 인파 통제에 실패"

 

"한국 경찰은 대개 군중을 통제하는 데 정말 능숙해서, 한국의 시위나 집회는 종종 계획된 행사처럼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자 기사에서 익히 잘 알려진 한국 경찰들의 군중 통제 능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라는 비극이 발생한 이유를 주목했다.

평소 한국의 집회는 주도자들이 트럭에 장착된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고, 수만 명의 군중들이 이를 따라 외치며 도로를 행진하는 형식이다. 이들은 쓰레기를 줍는 등 평화롭고 차분하게 움직인다. 밝은 노란색 재킷을 입은 경찰관들은 교통을 통제하면서 군중들을 안내하고 또 나란히 걷기도 한다.

하지만 29일 밤 15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압사 사고는 한국에서 발생한 기존 집회와는 달리 군중 통제가 실패한 사례를 보여준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는 군중의 성격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사전에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정치·노동 집회와 다르게 특정할 주최 측이 없었으며, 제한이나 허가 없이 자발적이고 즉흥적으로 모인 이들이 모인 군중이었다.

사고가 발생한 좁은 골목에는 버려진 신발과 물병, 찌그러진 플라스틱 호박, 핼러윈 의상들이 널려 있었다. NYT는 이를 "혼란스럽고 치명적인 밤의 섬뜩한 잔재"라고 표현했다.

NYT는 서울시가 조직적이지 않고 자발적인 군중들이 모인 것에 허를 찔린 점을 인정하면서 생존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 김모씨(17)는 NYT 인터뷰에서 "정부는 군중 통제를 위해 더 많은 경찰을 보냈어야 한다"며 "지난해 코로나19에더 불구하고 이태원에는 핼러윈 인파가 있었다. 지금은 제한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에 정부는 올해 훨씬 많은 군중을 예상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반정부 시위를 비롯한 다른 시위가 열린 인근 지역으로 경찰력을 이동시켰기 때문에 이태원의 인파를 통제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정도로 비참한 실패를 겪을 수 있느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전사회시민연대 최창우 대표는 NYT 인터뷰에서 "이태원에서 일어난 일은 정부의 안전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과거로부터 배우지 못한 정부의 실패를 확대시킨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축제가 아비규환으로 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야외 콘서트를 관람하던 이들이 딛고 서 있던 환풍구가 무너지면서 16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최 대표는 "우리 사회는 부를 축적하고 경제를 건설하는 측면에서는 크게 발전했지만,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데는 훨씬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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