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다양성(多樣性)의 아름다움
- 22-10-31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다양성(多樣性)의 아름다움
미국에 온 지도 어언 40년 하고도 10달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프리웨이에 그렇게도 많은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있지만 같은 회사나 같은 모델의 자동차를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천편일률(千篇一律)적으로 봤던 현대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야구장이나 풋볼구장에서 보는 인간의 다양성은 한국에서 봐왔던 똑 같은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입니다. 이것이 대국의 다양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일민족의 근성이 몸에 배어 그런지 유달리 우리 한국 사람들은 이 같은 다양성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르면 함께 할 수 없는 존재로 너무나도 극단적인 단절로 스스로 누에고치처럼 자기만의 집만 짓고 사는 어리석은 모습을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초기 시애틀 기독교회는 참으로 이웃들에게 덕이 되지 못하는 싸움과 다툼이 많았습니다. 한두 번 갈라지고 깨어지지 않은 교회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도 사랑을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교회가 이렇다 보니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인회나 노인회를 막론하고 한인들이 모이는 단체는 거의 다 그랬으니 말입니다.
집에는 그릇들이 다양하게 많이 있습니다. 큰 접시와 작은 컵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값비싼 것에서 값싼 것에 이르기까지 그릇의 다양성은 어느 집이나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때를 따라 쓰이는 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이렇듯 서로가 가진 은사와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면서 사회라는 커다란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와 같지 않다고 나쁜 사람이거나 필요 없는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양성을 이해하고 흡수하지 못하면 두 가지 현저한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남보다 잘나면 엄청 오만하고 교만해져 갑질을 하거나 사람을 무시하게 되고 반대로 남보다 못났다고 판단되면 의기소침해 절망하거나 낙심하게 되는 폐단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는 둘 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독과 같이 무서운 것들입니다.
불행하게도 교회나 한인사회에 이 같은 부류의 인물들이 지금도 많이 존재하고 있어 신발 속의 모래처럼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가을이면 단감이 풍성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모든 감이 다 단감과 같이 달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랗게 잘 익어보여도 매우 떫은 맛이 나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떫은 감을 맺는 나무를 베어버리고 그곳에다 단감나무 가지로 접을 붙이면 그 나무에서 단감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뿌리는 여전히 떫은 감나무인데 어떻게 거기에 접을 붙인 단감나무 가지에서 단감이 맺힐 수가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못나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이라도 거기에다 예수님을 접붙이게 되면 못난 우리 자아는 사라지고 예수님의 성품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신앙적인 용어로는 ‘영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친히 우리 죄인들이 이 같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면 권세를 받게 되어 하나님의 자녀들과 같이 된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12)
그렇습니다. 우리는 못난 우리들의 뿌리에 잘난 이웃들을 접붙여서 아름다운 사람들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잘났다고 스스로 교만하거나 못났다고 스스로 절망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않고 더불어 다양성을 누리며 공존해갈 수 있는 멋진 시민들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세상이 예수님께서 다스리시는 천국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짧은 인생 살아가면서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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