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우리 딸 어디 있나요"…유족들, 자식 찾아 12시간 헤맸다
- 22-10-31
순천향대병원서 시신 분산한 뒤에 신원 확인
시신 어딨는지 몰라 오전내내 병원 돌아다녀
스무살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 맞는 핼러윈데이에 남자친구와 집을 나섰던 딸. 그러나 한밤중에 걸려온 남자친구의 울부짖는 전화에 A씨는 잠시 정신을 잃는듯 했다. 애써 마음을 진정한 A씨는 서둘러 이태원으로 향했지만 길이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A씨 부부는 택시에서 내려 사고 현장으로 뛰어갔지만 그마저도 구급대원에 막혀 더 가까이 갈 수 없었다.
A씨는 발을 동동 구르다 앰뷸런스를 따라 순천향대병원으로 향했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으로 시신 50여가구가 이송됐다. 하지만 영안실 공간이 턱 없이 부족한데다 마냥 상온에 방치할 수 없어 시신들은 다른 병원과 장례식장으로 빠르게 옮겨졌다. 부부는 딸이 다른 곳으로 갔다는 말만 들었을 뿐 어디로 옮겨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A씨 부부는 그렇게 딸을 찾아 30일 새벽과 오전 내내 서울시내 병원을 돌았다. 그러나 딸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럴수록 눈물이 흘렀다. 오전 11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순천향대 병원을 다시 찾았지만 역시 딸은 없었다.
새벽부터 앰뷸런스 꽁무니만 따라다니느라 걸을 힘마저 없어진 낮 12시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딸이 경기 용인시의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연락이 늦어진 것은 많은 사망자가 한꺼번에 순천향대병원에 몰렸다가 공간 부족으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야 경찰이 신원 확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분1초가 소중한 유족은 신원확인과 검안서 발급의 지연으로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장장 12시간동안 딸을 찾아 헤맨 A씨 부부는 "딸의 시신을 못찾아 펑펑 울었더니 힘이 없다"면서 용인 병원의 장례식장을 향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다른 장례식장과 유족도 사정은 비슷했다.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는 시신 검시 등 신원 확인 절차가 늦어져 30일 늦게 겨우 2명의 빈소가 차려졌으며 서울성모병원도 31일에야 빈소가 차려졌다. 이대목동병원에서 한 유가족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며 흐느꼈다.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로 사망자가 최소 154명이 발생한 가운데 31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장례식장이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2022.10.3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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