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골든타임 4분"…필사적 심폐소생술에도 비극 못피한 사정
- 22-10-30
이태원 압사사고 현장 특성상 구급대 신속 접근 어려웠을 듯
심정지 발생 후 10분 넘으면 소생 어려워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복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사망자가 최소 149명으로 막대했던 데는 사고 현장의 특성상 심정지 상태에 빠진 대다수 희생자에 대해 신속히 대처가 어려웠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30일 오전 6시 기준 149명이 이번 사고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는 현재 76명이며 부상자 중 중상이 19명, 경상자 57명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추후 확인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사망자는 외부 압력에 의한 심장박동 정지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사람이나 무거운 물체에 깔려 심정지 상태에 빠지면 뇌와 장기로 혈액을 공급할 수 없게 되고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할 경우 뇌사 상태에 이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신속한 심폐소생술(CPR) 등의 응급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심정지 환자 목격자는 즉시 환자 상태를 파악한 뒤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거나 119에 신고해야 생존율을 높인다. 이런 생존사슬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심정지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심정지 환자가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는 치료 골든타임은 발생 후 4분에 불과하다. 그 이후로 시간이 지나면 숨지거나 살아남아도 심한 뇌 손상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심정지가 5~10분 이어지면 조직 속 산소가 급격히 떨어지며 뇌와 장기에 손상이 발생한다. 심정지 발생 후 10분 이상 지나면 심각한 조직 손상으로 인해 현재 의술로는 효과적인 소생법이 없다. 심한 뇌 손상 또는 뇌사상태에 빠지거나 숨질 수 있다.
이번 참사의 경우 수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 등에 몰리면서 발생한 사고여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등 구급대원들이 심정지 상태의 피해자들에게 신속히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과 사진 등으로 미뤄보면 주변 사람들도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조치를 제때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가까스로 구급대원들과 시민들이 심정지 환자들에게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긴 했어도 이미 때를 놓친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심정지 즉시 흉부압박을 수행할 경우 뇌와 심장으로의 혈류가 유지돼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신경학적 후유증 발생 가능성도 감소하기 때문에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갑자기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경우 신속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환으로서의 심정지는 심장에서 규칙적인 전기가 발생하지 않아 불규칙한 심박동이 일어나는 부정맥이 주요 발병 원인이다. 국내 환자 규모는 연간 3만여명이며, 2020년 기준 급성 심정지 생존율은 7.5%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보다 한참 낮은 수치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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