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무기 지원하면 관계 파탄"…이례적 언급한 푸틴의 진의는?
- 22-10-29
'방산 강국 韓 견제·신냉전 구도 영향·제재 동참 불만' 등 분석 제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러관계 파탄' 경고 메시지의 진의를 두고 각종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그는 "만일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우리의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에 가까운 경고성 언급을 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사실관계가 완전히 다른 발언이다.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긴급 의료품·식량 등 등 1000만달러(약 130억원) 상당의 지원품을 보낸 데 이어, 3000만달러(약 390억원) 상당의 물품을 추가 지원했다. 군수물자는 방탄모·의약품 등 20여개 품목(총 10억원 상당) 뿐이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부는 재차 기존의 입장을 부각하면서 "살상 무기 제공은 추진되고 있지도 않다"라는 입장을 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방부 역시 외교부와 같은 입장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늘 인도적인, 평화적인 지원을 국제사회와 연대해서 해왔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 역시 이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라는 사실과 다른 발언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대러제재 행보에 한국이 동참한 것에 대한 나름의 불만 표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월 우리나라는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들의 대러 경제·금융제제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는 등 양국은 외교적 마찰을 겪었다.
아울러 '방산수출'에 있어 전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국에 대한 견제구 측면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폴란드에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다연장 로켓 '천무' 288문을 수출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폴란드를 통한 한국산 무기의 대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을 경계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향후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방산 관련 협상을 진행하거나 한국의 직접 지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사전 경고의 메시지를 발신한 차원이라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한국산 무기들의 '전용' 가능성과 방산 경쟁자에 대한 견제 2가지 측면을 푸틴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으로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해왔고 우리 정부가 이를 거절해왔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차원으로 한국을 콕 집어 경고성 발언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자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의 진의를 판단한 뒤 '적절한 외교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 사건이 한러 간 지속적인 갈등 요인이 되기보다는 '해프닝'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가 판매한 무기를 제3국이 타국으로 '전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무기판매에 대한 수출허가·승인을 할 때 '최종사용자'를 사전에 확인하게 돼 있는 등 1단계부터 촘촘한 구조가 짜여 있다"라며 "구입하는 상대국이 어디서, 어떻게 무기를 쓸 것이라는 '확인서'를 받고 그 외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에도 수출국에 허가를 받게 돼 있다"라며 절차적으로 전용을 방지할 방법들이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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