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술핵 재배치'도 '전략자산 상시배치'도 선 긋기… 왜?
- 22-10-19
동맹국 연쇄 핵무장 요구 등 '핵 도미노' 우려
전략자산 운용계획 변경시 비용 부담도 커져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국내에서 제기된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뿐만 아니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 요구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선 북한이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고 소형화·경령화 등 고도화하는 행보를 이어감에 따라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여권 정치인들 사이에서 나왔다.
미국은 옛 소련(현 러시아)과의 냉전시기 '핵균형'을 고려해 1958년부터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해두고 있었으나, 1991년 7월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Ⅰ)을 맺은 뒤 철수를 추진, 같은 해 9월 '전술핵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남북한은 이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 2월 발효)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그간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온데다 다양한 투발수단까지 지속적으로 만들면서 이 선언은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이에 국내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거나 "차제에 우리나라도 독자 핵무장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 억제를 위한 한미동맹 차원의 대응을 얘기하면서도 '전술핵 재배치'론에 대해선 일단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는 1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에 관한 질문에 "굉장히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해 "아무도 의심해선 안 된다"는 말도 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의 동맹국이 외부세력으로부터 핵공격을 받는 경우 본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으로서 흔히 '핵우산'이라고 불린다.
즉, 우리나라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이 가시화될 경우 미국이 핵전력 등을 동원해 "한국 방위"에 나설 계획인 만큼 굳이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다시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에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다른 동맹국들도 같은 요구를 하고, 또 그 주변국들마저 핵무장을 추진하는 등의 '핵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비핵국과 동맹국에도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있다"며 "만약 우리나라에만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면 다른 국가도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는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동맹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확장억제를 믿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17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과의 대담에서 '비확산 체제'를 강조하며 전술핵 재배치 등 핵무장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게다가 미군 당국은 우리 정부 안팎에서 대북 확장억제 수단의 하나로 거론돼온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고 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한국 방어를 위해 미 전략자산을 상시 배치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미 2만8000명 이상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다. 이게 우리 국방관계 및 안보협력에 관한 한국민과의 약속을 보여주는 것"이란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미국 측의 이 같은 반응을 두곤 △'한정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할 경우 기존의 상황별·지역별 전략자산 운용계획을 변경해야 할뿐더러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항모강습단의 경우 하루 운용에 드는 비용이 650만달러(약 9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 B-52, B-1B, B-2 등 미 공군 전략폭격기는 1시간당 운용비용이 기종에 따라 4만~13만달러(약 5700만~1억9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2016년에도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를 추진했으나, 당시 미국 측이 전략자산의 운용 제한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해 결국 무산됐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현재 가용한 미군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미국 측과의 협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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