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러 내전이나 국가분열 촉발 가능성-러 전직 외교관
- 22-10-18
"러시아 패배 이후 서방은 '굴욕' 아닌 '원조' 제공해야"
푸틴, 소련 붕괴 당시 '굴욕감'으로 우크라 침공 정당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집단 반발이 일어나고 특별 군사 훈련장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등 국내 혼란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베테랑 외교관 출신 보리스 본다레프는 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내전 촉발과 국가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혼란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푸틴 정권도 극심한 위기에 처해있으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오직 러시아의 '패배'뿐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제네바 주재 유엔사무국의 러시아 대표부 고문이었던 그는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린 푸틴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며 사임한 바 있다.
당시 본다레프는 "20년간 러시아 외교관으로서 활동해왔지만, 올해 2월24일만큼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2월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날짜다.
아울러 그는 20년간 집권해오던 푸틴 정권이 무너질 경우 러시아의 미래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주요 참모들이 안보기관 출신인 점을 미뤄, 그의 후임자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계속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의 실각과 맞물려 러시아 연방 자체가 무너질 수 있고, 정치적 격동의 시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푸틴 정권 무너져도 전쟁 지속 가능성…서방, 우크라 승리 후 러에 '원조'해야
현재의 푸틴 대통령을 막을 수 있는 건 러시아의 패배뿐이라고 강조한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고 푸틴 정권이 무너지면,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원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 정권이 무너지고 후임자가 정해진 뒤에도 전쟁이 계속되지 않으려면, 러시아와 서방 간 극도의 긴장 관계 대신 협력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옛 소련의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은 소련이 무너지고 경제 파탄이 지속, 러시아의 영향력이 서방에 비해 일방적으로 약화한 데 큰 굴욕감을 느낀 것이 이번 침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본다레프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인들이 겪은 이 같은 굴욕감에 대해 현재의 서방은 이를 재연하지 않고 교훈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방이 원조를 제공하면, 러시아인들이 미국에 '당했다'고 느꼈던 1990년대의 굴욕감을 반복하지 않고 국민들 역시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대국민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정권이 들어선 미국의 식민지"라며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강탈당했다"고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맹비난했다.
본다레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 최악의 긴장 상태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승리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거듭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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