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최인근 목사] 낙엽과 같은 인생
- 22-10-17
최인근 목사(시애틀 빌립보장로교회 담임)
낙엽과 같은 인생
엊그제 뉴스를 통해 김동길 교수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보수 원로 논객으로서 참으로 한 시대의 획을 그으신 정신적인 지주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이 땅에 태어났으면 한 번은 그렇게 가는 것인가 봅니다. 그래도 94년이란 긴 세월을 살아올 수 있었던 삶이 축복이었고 오로지 자기 자신의 유익만을 위해 금수같이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래도 한 나라의 교육자로서 숱한 젊은이들을 학문으로 길러내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당당하게 바른 길을 지도하며 이끌어 오신 것도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꽃과 풀에 비유하시고 향기를 발하고 푸르름을 자랑하던 모습이 영원할 것 같아도 가을의 낙엽과 같이 시들어질 때가 있음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베드로전서 1:24~25)
그런데 진짜 불행한 것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지긋하여 8순을 넘겨도 마치 아직 40도 안된 젊은이처럼 욕심을 부리고 자기를 내세우는 부질없는 고집들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훈아는 노래하였습니다. “백 년도 못살면서 천 년을 살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렇게도 푸르고 싱그러워 영원토톡 그 모습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데도 어느 한 순간에 자신을 버리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 단풍을 보면 참으로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풍성하게 했던 싱그러운 나뭇잎들을 단풍이 되게 하여 떨어뜨리는 것은 겨울을 맞아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라고 하니 영원히 살 것처럼 자신의 작은 것들을 자랑하며 오만하게 살아가는 인생들보다 훨씬 더 현명한 것이 나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인생은 강물과도 같아서 흐르는 것 같지도 않고 소리조차 내지 않지만 강물은 기어이 흐르고 또 흘러서 바다에 다다르게 됩니다. 우리 인생도 한 시간 하루가 늘 일상처럼 흘러가고 그래서 오늘이 가면 저절로 또 내일이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는 이 땅에서 내일을 맞이하지 못하는 죽음이라는 바다에 다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였던 모세는 인생이 진정 무엇인지 다음과 같은 말씀으로 고백하였습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
누구라서 모세의 이 같은 고백 앞에 “아니요”라고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어가고 있는 환자들을 상대로 “살아 생전에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어갈 줄 알았으면 그렇게 일만하면서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들이 가고 있는 인생의 현주소입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욕심으로 일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우니 일을 하고 우리는 그렇게 언제 죽을는지 그것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은 채 일만하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이 땅에 남아 있는 그 누구도 그렇게 고생하며 일만 하고 살아온 우리들의 삶을 공감하거나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잠시 쉬어가면서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는지를 말입니다. 어쩌면 그 대답을 우리 앞에 아름답게 다가서는 단풍이 대답해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다 떨어지는 낙엽 같은 것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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