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북한·이란까지…위험천만한 '新핵위협 시대' 열리고 있다

푸틴이 쏘아 올린 '군비 확장 경쟁'…美 대응 주시하는 '사실상 또는 잠재적' 핵보유국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세계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반 세기 만에 최대 핵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덩달아 북한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 북미협상 재개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5년 전 중단했던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 재개 채비를 하고 있다.  

이란은 2018년 미국의 핵합의(2015) 탈퇴 뒤 우라늄 농축을 강행, 현재 핵폭탄 1개를 제조할 분량의 농축분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트 팍스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평화)'에 이어 바야흐로 '신(新) 냉전'과 함께 새로운 핵 위협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장면들이다. 

아슬아슬한 위기 속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그 뒤 국제사회는 그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가 8개월째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함의가 되고 있다.

◇명실상부 세계 최대 핵탄두 보유국 러시아 


미국과학자연맹에 따르면 러시아는 핵탄두 보유량 부문에서 명실상부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러시아의 핵탄두가 5977기인데, 미국은 5428기다. 

이 수치는 비축·퇴역 핵탄두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두 국가의 보유량만으로 전 세계를 여러 번 파괴하고도 남는다. 

특히 최근 러시아는 1458기의 전략 핵탄두를 배치했거나 발사 준비 한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이 배치한 핵탄두 수 1389기를 넘어선다. 

러시아의 잇단 핵위협을 결코 가볍게 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지난달 21일 동원령 발표와 같은 달 30일 점령지 병합 선언은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풀리지 않음을 시사한 사건들이다. 

이어 지난 8일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에 발생한 폭발 사망 사건은 이번 전쟁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인 2019년 약 2500억 루블(5조 6000억 원)을 들여 개통한 19km 길이 교량으로, 이번 전쟁 기간 러시아군의 병력과 장비를 들여오는 보급로 역할을 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 공개석상에서 현재 세계가 직면한 핵 위기를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에 빗대 경각심을 높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사를 굽힐 조짐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이런 대응을 주시하는 다른 국가들이 있다.

◇북한, 7차 핵실험 임박…고조되는 이란 핵 위기 

현재 '사실상' 핵보유국은 9개국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외에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그리고 △북한이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보름새 무려 7차례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지난 4일 쏘아 올린 미사일은 4500km를 비행해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져 위협 수위가 남달랐다는 평가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이 같은 집중적인 무력 시위가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훈련'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러시아의 최신예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조한 KN-23이나 개량형 수중발사 미사일(미니 SLBM) 등 다양한 핵 투발 수단이 등장했다. 

이제 북한이 2017년 9월 6회차를 끝으로 중단했던 핵실험 재개만이 남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에서는 이제 미국이 북한에 비핵화를 설득시키기보다, 군축합의에 나서는 게 현실적이란 조언도 나온다. 

아울러, 중동의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인근 튀르키예도 핵무기 획득에 뛰어들 것이 분명하게 예측되고 있다. 

이란은 현재 60% 농축우라늄과 가스 형태의 육불화우라늄을 55.6kg(올해 5월 30일 평가 기준)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는 조금만 핵폭탄 하나를 만들고도 남는 양이라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밝힌 바 있다. 

그리고 IAEA는 이날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나탄즈 지하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 핵 사용·미 대응 주시할 北·이란 등 국가들


결국 북한과 이란 같은 사실상 또는 잠재적 핵보유국은 러시아의 핵 위협과 그에 따른 미국의 대응을 주시하며 일종의 학습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존 칼슨 전 호주 핵 비확산 세이프카드 사무소 사무총장은 아시아태평양리더십네트워크(APLN) 기고문에서 "푸틴 대통령의 핵위협은 이제 핵무기가 전쟁을 덜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제관계 안정의 원천이 된다는 주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핵무기만이 약소국을 강대국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끌어냈다"며 "이란, 북한 등이 비슷한 결론을 내렸을 것이란 생각은 아마도 맞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로 북한은 비핵 화 협상에 이전보다 훨씬 덜 수용적일 수 있다"면서 "이번 전쟁의 교훈은 어떤 상황이 전쟁으로 악화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된 교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무시하고 동진을 계속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러시아가 얼마나 자국의 행동을 도발적으로 보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견해를 보다 효과적이고 건설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듯한 러시아의 3자 오판으로 발발한 '총체적 외교적 실패'인 만큼, 북한과 이란 핵 문제는 결국 건설적인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아쉽게도 북미협상이나 북핵 6자 회담, 남북 대화가 다시 시작될 여지는 현재 모이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4월 이란 핵합의(JCPOA2015) 복원을 위해 시작된 '비엔나 회담'도 끝내 미국과 이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며 답보 상태다. 

안나 후드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법학부 강사는 현지 언론(뉴스룸) 기고문에서 지난 8월 열린 유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가 군축은커녕 군비 확장 논쟁으로 얼룩진 점을 지적하고, 특히 11시간 논의의 마지막 순간 합의를 무산시킨 러시아를 질타했다.

그는 "다음 회의가 열리기까지 4년이 남았다"며 "핵 군축을 위한 수단 중 하나는 2017년 등장한 '핵무기금지조약(TPNW)'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TPNW는 2017년 7월 유엔 193개 회원국 60%의 동의를 받아 채택됐지만, 미·러·영·프·중 5개국과 한국 및 일본이 비준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한 상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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