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퇴짜맞은 美 "관계 재검토"…70여년 '에너지동맹' 최대 위기

美, 사우디 측에 감산 결정 1개월 연기 요청

사우디 "미 경고는 중간선거 앞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 결정을 연기해 달라는 미국 측의 요청을 사전에 거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OPEC플러스의 대규모 원유 감산 결정이 내려지기 며칠 전, 미국 관리들은 사우디와 기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생산국들에 긴급히 전화를 걸어 결정을 한 달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회담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 같은 미국의 부탁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감산 결정에 대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편을 들기 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87)의 분명한 선택이라고 간주할 것이며, 사우디와 미국 간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사우디는 바이든 행정부가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악재를 피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며 경고를 일축했다. 

아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를 미국 선거와 연결하는 것은 완벽히 잘못 짚은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경고가 "이 근시안적인 결정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라고 짚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에 대해) 우리가 계속 재평가를 지속하고, 재논의할 용의가 있는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분명히 OPCE의 결정에 비춰볼 때 저는 대통령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OPEC플러스의 결정은 온전히 경제적인 것이며, 정치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알 아라비아 TV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OPEC플러스가 에너지 시장을 안정화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악화하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OPEC플러스의 결정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OPEC의 이 같은 에너지 시장 통제에 대응하겠다고 단호한 생각을 밝혔다. 미 정치권에서도 의원들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는 등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제재의 첫걸음으로 이달 말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 참석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 석유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사우디와 관계를 증진해왔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안보' 보장이라는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에 두 국가는 70여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셰일가스 혁명을 계기로 미국이 강력히 에너지 독립 정책을 추진하자, 사우디와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졌다. 미 정부의 외교 중심이 아시아에 쏠린 점도 영향을 끼쳤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중심 외교를 추구하면서 사우디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18년 사우디계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미국이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이후 악화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해 관계 회복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이같은 화해 손짓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결심을 되돌리진 못했다고 말했다. 

내부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의 사망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빈 살만 왕세자가 분노했다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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