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령→합병→핵위협→민간 보복 공격…푸틴의 의도와 다음 카드는?

키이우 등 미사일 공습, 러 크림대교 붕괴 대응 '보복조치' 인정 

서방 전문가 "자국 내 강경파 압박으로…푸틴, 확전 시도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8개월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 수위가 더욱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서방 전문가들은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잇단 반격에 굴욕적 손실을 입고 이를 보복하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FP통신에 따르면 요단 보질로프 불가리아 싱크탱크 소피아안보포럼 소장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크림대교(크름대교) 일부가 폭발해 무너진 사건은 "푸틴 대통령에게 처음 개인적인 수치였다"고 진단했다.

크름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다. 러시아에선 우크라이나 침공의 첫 상징물로 푸틴 대통령에겐 '자부심'으로 불릴 만큼 상징성이 크다. 이번 전쟁에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주요 물자를 보급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통한다. 이러한 크름대교에서 지난 8일 오전 폭발이 발생해 다리 일부가 붕괴한 것이다.

이번 폭발 사고에 대해 우크라이나 측은 자신들 공격이라고 직접 언급은 안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소행이라고 판단하고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이날 오전 출근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을 퍼부어 최소 17명이 사상했다. 서부 르비우, 중부 드니프로 등 다른 지역에도 미사일 공습이 이어졌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이 같은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향후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러시아의 보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기반시설이 공격당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정전이 잇따르는 등 겨울철 전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 인프라 공격은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군 정보부는 "(화력 발전소 등 에너지 시스템을 주요 공격 목표로 삼은 것은) 우크라이나인 사이에 공황 상태를 조성하고 유럽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민간인과 민간 시설 공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그 배경에는 자국 내 강경파들의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회의(NSC) 부의장은 이번 키이우 공습에 대해 "1화가 상영된 것"이라며 추가 공습을 시사하기도 했다.

보이치에흐 로렌츠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 국제안보프로그램 대표는 "러시아는 전쟁이 고조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할 텐데 이는 보다 많은 민간을 대상으로 표적 공격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권은 우크라이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라는 국내 강경파와 일부 여론 주도자들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역시 "주로 민간인 목표물에 대한 공격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 강화를 요구해온 러시아 강경파들을 달래기 위해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동남부 1200마일(1931㎞) 이상 영토를 수복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군대에 대한 거센 비난과 수십만명의 민간인 군 소집에 대한 반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윌리엄 알베리케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 군사전문가는 "러시아는 충격과 폭력의 정점에 다달았다"며 "민간인 동원령과 우크라이나 4개 지역 합병으로 시작해 그다음 핵 위협으로 이제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핵 위협'과 '벨라루스의 전쟁 개입'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 흐름을 바꾸기 위해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몇가지 선택지 중 하나다. 앞서 러시아는 핵 사용 가능성을 누차 언급해왔다. 또한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는 개전 이래 자국 영토에 러시아군 주둔을 허용했지만 직접 군대 파견을 거부해왔는데 이날 우크라이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러시아와 합동 지역군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확전하려는 궁극적 이유는 결국 서방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베리케는 "이날 미사일 공격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대한 압력을 높이려는 푸틴 대통령 전략 일부"라고 보았다. 보질로프 소장 역시 "푸틴 대통령이 원자력 발전소와 민간 기반 시설을 파괴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사회와 서방 국가들에 압력을 가하며 그들의 단결을 악화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군이 전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인프라 목표물에 대한 이 같은 공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경제를 옥죄고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희망을 꺾음으로써 전쟁을 무기한 연장되게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전망도 나온다. 로렌츠 대표는 이번 키이우 공격과 같은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이 정기적으로 반복되진 않으리라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군사적 자원 고갈을 들며 "그들의 정밀타격 능력은 제한적"이라며 "무력 시위는 할 수 있지만 단지 보여주기식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강화해 주요 도시들을 보호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공격을 "용납할 수 없는 또다른 확전"이라고 비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쟁 본질의 심대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최첨단 방공 시스템 등 지속된 군사적 지원을 약속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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