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좋카·스불재·억텐…MZ세대 신조어, 어디까지 아시나요

빠른 변화·즐거움 추구 젊은 세대의 '문화적 아이콘'

과도하면 '언어 파괴'…세대간 소통 가로막는 부작용

 

"킹받는다, 분좋카,ㅇㅇ그 잡채..."

올해 576주년 한글날을 맞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다양한 신조어가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MZ세대의 신조어는 발음이 유사한 단어를 바꿔서 쓰거나 숫자와 알파벳을 활용해 변형을 하는 등 가지각색이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줄임말'이다.

◇ 700·H워얼V… 이해하기 힘든 신조어 봇물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분좋카(분위기 좋은 카페)', '억텐(억지텐션)' '당모치(당연히 모든 치킨은 옳다)' 등이 MZ세대 사이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좋카'를 검색했을 때 게시물이 3만3000개가 나올 정도로 인기다.

특정 단어를 유사한 발음을 가진 다른 단어 또는 아무 연관 없는 단어로 대체하는 표현도 인기다. '킹 받는다(열받는다에서 '열'을 '킹'으로 대체)', 'ㅇㅇ그 잡채('자체' 대신 '잡채'를 활용)'등이다.

한글 형태와 유사한 알파벳 또는 숫자를 활용한 단어의 변형도 대표적이다. '700'은 '귀여워'의 초성인 'ㄱㅇㅇ'를 숫자 700으로 표현한 신조어다. 'H워얼V'는 거꾸로 보면 한글 '사랑해' 형태로 보이는 것들이다.

해마다 빠르게 바뀌는 신조어 사용에 MZ세대 사이에서는 서로의 신조어 숙지능력을 비교하는 놀이문화도 생겨났다. 대학생 이모씨는 "친구들끼리 신조어 테스트 링크를 공유해서 서로 점수를 비교하기도 한다"며 "신조어를 많이 맞혀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수시로 새로운 신조어 뜻을 공유한다는 직장인 황모씨(25)는 "요즘엔 한달만 지나도 재밌는 단어가 많이 생긴다"며 "서로 모르는 신조어를 알려주고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라고 말했다.

◇언어 파괴보다는 문화적 아이콘…달라진 신조어 사용 위상

전문가들은 오늘날 한글을 활용한 신조어 유행에 대해 문화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언어·문자 파괴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과거 X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처럼 신조어는 각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알 수 있는 지표"라며 "신조어 자체를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형선 순천향대 국문과 교수는 "언어의 주인은 언중"이라며 "빠른 변화와 재미 추구라는 MZ세대의 특성이 신조어 형성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신조어 사용 등을 우려스럽게 보는 눈길은 있지만 그 시대의 문화를 시간이 지나고 보면 좋은 것도 많고 의미 있는 것도 많다"며 "신세대의 언어 놀이도 그 일부는 언젠가 사라지겠지만 그 안에 담긴 의식 속에서 문화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대의 아이콘 인정 그 이상의 감수성 파괴로 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변형은 지양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예전엔 (신조어 사용이)교실에서 하던 놀이였다면 지금은 온라인 상 소통으로 확장됐다"며 "다만 과도해지면 언어 파괴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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