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푸틴 저항' 인권운동가 비알리아츠키·단체 2곳 선정
- 22-10-07
노벨평화상, 러 권위주의 저항 벨라루스·러·우크라 인권 활동가와 단체
러의 우크라 침공 에둘러 비판한 듯…노벨위원회 "인권 탄압 중단" 호소
7일 발표된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 영예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하며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개인 1명과 단체 2곳에 돌아갔다.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시민자유센터(CCL·Center for Civil Liberties)'가 그 주인공이다.
당초 이번 수상자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선정될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불발됐다.
다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를 도와 참전한 벨라루스의 인권 운동가 및 단체를 올해 함께 선정한 데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압제에 맞선 인권운동가들의 노고를 높이 삼으로써, 에둘러 전쟁을 비판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 뒤 푸틴과 루카셴코를 겨냥한 듯, "인권운동가 탄압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특히 비알리아츠키가 현재 수감 중인 점을 들어, 노벨위원회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우리의 메시지는 벨라루스 당국에 비알리아츠키의 석방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그가 오슬로에 와서 자신에게 주어진 영광을 직접 받을 수 있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침공 가해국 러·벨라루스…피해국 우크라 인권운동가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소재 벨라루스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가 벨라루스 반체제 인사 비탈리 시쇼프(26)의 사진을 든 채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비정부기구 ‘벨라루스 하우스’를 이끌었던 시쇼프는 실종된 지 하루 만에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AFP=뉴스1 © News1 서한샘 기자 |
이날 노벨위원회는 "이번 평화상 수상자들은 그들의 고국에서 시민 사회를 대표한다"며 "그들은 수년간 권력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권리를 홍보해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그들은 전쟁 범죄, 인권 유린, 권력 남용을 기록하기 위해 뛰어난 노력을 해왔다"며 "그들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 사회의 중요성을 함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비알리아츠키는 소련에서 출생, 198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가로 활동해왔다. 벨라루스가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뒤 정치 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독재적 권한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에 대항, 1996년 인권단체 '비아스나'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탈세 혐의를 인정받아 감옥살이를 하다 지난해 7월부터 재판 없이 또 한차례 수감됐다.
이날 비알리아츠키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벨라루스 야권은 옥중에 있는 그를 대신해 "이번 수상은 벨라루스 국민에 대한 인정의 표시"라며 "벨라루스 국민은 루카셴코의 폭정에 맞서 싸운 용감함을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2022년도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 설립자 스베틀라나 간누쉬키나. 2011. 10. 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메모리얼은 1989년 설립된 러시아의 가장 오래된 인권단체다. 특히 소련의 '히틀러'로 불리는 악명 높은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 집권기(1922~1953) 정부에 의해 살해된 정치범과 정치적으로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 청원 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메모리얼의 설립자인 안드레이 드미트리예비치 사하로프가 1975년 소련 인권 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력은 오늘날 되살아난 냉전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안드레이 드미트리예비치는 인권 운동가임과 동시에 소련 핵물리학자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모스크바 법원은 메모리얼을 외국 단체로 규정, "모든 출판물에 외국 대리인이라는 라벨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쇄 명령했다.
이날 메모리얼 이사 앙케 기센은 로이터를 통해 성명을 발표, "이번 수상은 말할 수 없는 공격과 보복을 겪는 우리 동료들에 대한 인정"이라며 "우리가 모스크바에서 강제 해산됐음에도 동료들이 새로운 장소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한 결심을 고무시키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2022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처인 '우크라이나 인권자유센터' 설립자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39세 인권변호사다. 2022. 101. 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우크라이나 인권자유센터는 2007년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사회운동가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39)가 설립한 인권단체다. 센터 측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좋은 소식과 함께하는 아침 우리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노벨평화상은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한 개인 또는 집단에 수여하며, 수상자는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원) 상당의 메달과 상금 외에도 '무한한 명예'의 영광을 얻는다. 상금은 알리아츠키와 메모리얼, 시민자유센터가 각각 3분의 1씩 갖는다.
올해 후보는 343명이었으며 이 중 개인은 251명, 단체는 92개였다. 이는 2016년 376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노벨 재단은 "이번 수상자 선정은 이의 제기 없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올해 노벨 평화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린다. 평화상을 제외한 모든 시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지만, 평화상만 평화의 상징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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